캄 노우
여행지와 일정을 정하면 프로 스포츠 경기가 있는지를 처음 찾아보는 습관이 있다. 그간 비교적 대도시로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서울에 비해 볼 만한 거리가 있었던 것도 한몫하겠지만 그 지역 팬들의 홈 경기에 대한 진심과 열기를 느껴보는 것이 좋은 경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내가 응원하는 종목의 팀인 경우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 종목이면 팀과 무관하게 한 번 보러가보기도 했다. 여행 전에 유일하게 예약하고 간 일정인 캄 노우(이제는 캄프 누보다 캄 노우가 더 공식적인 표기가 된 것 같다. 세월이 무상하다.) 경기 관람도 딱 그 정도의 의미였다. 로스터를 훑어보니 이제는 주전 선수의 절반 정도만 이름을 알겠는 팀이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바르셀로나 갔으면 축구 경기 한 번 보고 오는 게 옳은 일처럼 느껴졌다. 약팀을 상대로 하는 홈 경기니까 골은 많이 들어가 지루해하지 않을 것 같았다.
1층 코너 자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내 한쪽 사이드에서만 공이 돌아다니는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져서 전반에는 관람이 다소 어려웠지만 후반에는 정말 눈 앞에서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느낌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캐나다 출신의 축덕이 이런저런 말을 걸어온 것이 조금 귀찮았지만 또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줘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런던에서의 경험과는 다르게 경기장 내부에선 무알콜 맥주만 판다는 아쉬움은 경기 종료 후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서포터즈 석에 남성들만 드글드글한 것을 보며 이 스포츠의 대중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들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일반 관중과 교감하며 발산하는 열기는 직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다.
전반에 두 골, 후반에 두 골이 들어가며 예상대로 FC 바르셀로나가 낙승을 거두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한국에 돌아가면 지역 프로 스포츠 팀을 응원해야지 싶은데 선택지가 성남 FC 정도라는 것이 나를 망설이게 만든다. 강팀을 홈 구단으로 둔 도시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