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페인이고 왜 바르셀로나였나?
몇 달 전에 트위터에서 포르투갈의 골든 비자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스레드의 요지는 외국인 IT 노동자가 건너가서 살기에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좋다는 것이고 그 중 하나의 이유로 골든 비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는데 내겐 날씨 좋은 지역의 (서울에 비해) 저렴한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잘 묵혀두면 EU 국가의 영주권이 나온다는 골든 비자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내친 김에 이곳저곳 검색을 해봤고 EU 국가들 중에서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투자 이민 프로그램이 시도해볼 만한 수준이라는 정보를 찾았다. 가본 적은 없는 나라지만 늘 궁금했던 곳들이다. 그 다음으로는 도시를 골라야 했다. 역시 이곳저곳 검색을 해본 끝에 스페인 남부의 말라가라는 도시를 선택했다. 검색으로 얻은 정보만 보자면 적당히 도시면서 적당히 칠한 곳인 것 같았다. 여행을 위한 정보 수집이 바로 이어졌다. 페스티벌도 있고 근처에 제법 다양한 자연 경관이 있어서 액티비티도 이것저것 할 것이 있었다.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든 익스피리언스든 하나하나 찾아서 예약만 하면 됐다.
여행지를 말라가에서 내 항공편의 취항지인 바르셀로나로 바꾸는 흐름이 급하게 생기기 시작한 것은 서현 살이가 생각보다 심심하며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게 맞을지 고민하면서 부터였다. 세계적으로도 거대한 규모를 가진 서울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조금 외곽에만 살아도 이런 느낌인데 말라가 같은 도시에서 무언가를 모색해본다며 임장을 하는 것이 옳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역시 비교적 대도시인 바르셀로나가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오게 되었다. 그래서 관광도 관광이지만 보낸 일정 내내 잠깐 마물다 가는 것 말고, 아예 여기에 눌러 앉으면 어떨까 하는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의 결론은 괜찮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며칠 남은 일정을 마저 보내고 좀 더 구체화해보려고 한다.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에 크게 영향을 준 것이 바르셀로나에서 기차 타면 40분 만에 갈 수 있는 시체스라는 도시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가 좋은 곳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물 맑고 볕 좋은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지척에 두는 삶은 좋은 삶일 것이다. 바르셀로나에 왔으면 엄한 것에 시간 쓰지 말고 시체스나 한 번 다녀가보는 것을 강하게 제안해보며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