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마리, 결혼이 뭐라고 생각해?”
나는 엄마가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마리, 결혼은 서로가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이야. 극장에 가든, 쇼핑을 나가든, 여행을 가든 언제나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리란 걸 아는 거.”
“돌아오는거?”
나는 엄마의 말을 반문했다.
“그래. 돌아오고,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기 싫어도 또다시 돌아오는 게 결혼이야.”
그때, 엄마가 나를 너무 꽉 끌어안았기 때문에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예측 가능하다’는 말은 결혼에 있어, 조금도 끔찍한 말이 아니라는 것. 누군가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준다는 건, 그 사람의 불안을 막아주겠다는 뜻이라는 것 말이다. 누군가의 결핍을 누군가가 끝내 알아보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 결핍 안에서 공기가 되어 서로를 죽이지 않고 살아 숨 쉬게 해야 한다.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었다는 건 중요하고 사소한 수없는 약속들을 지켰다는 증거였다. 그것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다. 누군가 그것을 '의리로 산다’는 말로 아무리 비꼬아 말해도, 나는 어떤 단서도 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혼이란 정말 그런 것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했던 말을 몇 번이고 계속 하는 일이 될 거야. 그건 앞으로 상대방이 하게 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면서도 지루한 표정을 짓지 않는 일이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