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살자
지금은 압구정로데오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불리는 동네에 하이드앤라이드라는 편집숍이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방문한 적이 많지는 않아 기억이 뚜렷하진 않지만 인센스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조도 낮은 어두운 실내가 꼭 하라주쿠의 네이버후드 매장을 연상하게 하는 곳이었다. 하이드앤라이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루이스레더 라이더 자켓부터 라디알이나 버즈릭슨, 리얼맥코이, 퍽트 SSDD 같은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었다. 워낙 멋스러운 옷들을 다루던 곳이다보니 온라인으로는 종종 들어가 구경을 했는데 어느 날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왔댄다. 리버레이더스라는 브랜드였다. 게릴라그룹 같은 브랜드들과 함께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어서 그런지,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신박한 소재로 만든 자켓이 인상 깊어서였는지 당시에는 테크웨어 브랜드로 인지를 했는데 뭐 티쪼가리라도 하나 사보진 않았다. 테크웨어 무드가 당시에는 낯설기도 했고 옷이 그닥 싸지도 않았다. 사정이야 잘 모르지만 이후 하이드앤라이드는 급격하게 힘이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온라인몰도 닫고 매장까지 철수하고 말았다. 이후 용산에 같은 이름의 루이스레더를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가 생겼는데 라이더 자켓은 관심사 바깥의 옷이라 딱히 흥미를 가지고 살펴본 적은 없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4층에 현대백화점에서 차린 피어라는 편집숍 매장을 지나치다가 리버레이더스 티셔츠 몇 장이 걸려 있는 것을 봤다. 기억에 남아 있는 압구정로데오의 하이드앤라이드는 꽤 쿨한 곳이었는데 구매력이 강해진 지금은 볼 수 없다는 점을 아쉬워하면서 백화점 대자본에 돈을 바치고 티 쪼가리 한 장을 들고왔다. 대한민국 소상공인 화이팅. 사진 속 의상은 위 이야기와 하등 관련이 없으며 바르게 살자는 메시지도 마찬가지로 관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