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5
지난 4년 동안 내 운동 습관을 키운 건 팔할이 루다피티다. 2할은 내 체질이나 성격, 그리고 타고난 체형이 만들었을 것이다. 땀을 많이 흘리며 뛰어다니는 운동도 싫어하고 뭔가 경쟁적으로 성취를 이뤄야 하는 종목도 꺼리고 잽싸야 하거나 순발력을 요하거나 허리를 써야 하는 동작도 선호하지 않는 것이 후자의 2할이라면, 절대로 미간을 찌푸리지 않는 것, 끙하는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는 것, 기구를 세게 내려놓지 않는 것, 내가 남긴 흔적을 잘 닦고 떠나는 것, 무리하지 않는 것 다르게 말하면 정자세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 같은 운동 습관은 모두 루다피티에서 배웠다. 나는 이 습관들을 제법 맘에 들어 했고 이후 혼자 운동을 하면서 이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으며 그렇게 유지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껴왔다.
지난 달 생일 전날 회사 사람 몇몇과 점심을 먹었다. F45라는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몇 달이 된 사람과, 그 사람을 따라 같은 프로그램을 체험한 지 한 주가 채 되지 않은 두 사람과 동석했다. 얘기하는 투가 한 번 체험해보러 오라는 것 같았다. 어차피 한 주 중간에 있던 생일이라 별 약속이 없었어서 생일날 저녁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취미 수준을 벗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그럭저럭 할 만할 거라 생각했다. 2021년 10월 19일 저녁 8시 30분부터 약 40여분간 나는 내 몸에 붙은 이 근육들이 사실 기능 면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물론 이건 글쓰기를 위한 비약이다. 운동을 해온 방식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뭐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큰 충격에 빠진 나머지 바로 다음 날 아침부터 되도록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무료 체험기간 일주일을 마치고는 바로 한 달 멤버십을 결제했고 지난 주말로 F45를 시작한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갔다. 건강검진과 백신접종을 위해 주말 두 번을 어쩔 수 없이 쉬었고 별 약속이 없던 지난 토요일엔 처음으로 주말 프로그램도 뛰었다.
F45와 함께 한 한 달 동안 지난 4년간 쌓아온 내 운동습관은 10할이 없어졌다. 땀을 하도 흘려서 시야가 불편해 헤드밴드를 샀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헉헉 소리 내면서 덤벨, 바벨도 힘드니까 바닥에 쿵쿵 내던지고 숨 고르는 시간 확보하느라 기구 제대로 닦지도 않고 주저앉고 그러면서 또 잔발로 뛰어다니고 점프하고 화이팅하고 하이파이브하고 난리도 아니다. 운동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기는 한데, 또 나도 그간 유지해온 습관을 순식간에 포기할 만큼 운동이 재밌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유 시간이 좀 더 생긴다면 웨이트와 병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진짜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진짜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다음으로 미루고, 당분간은 이 인터벌 트레이닝에 푹 빠져 지낼 것 같다. 궁금한 분은 언제든 문의 주시길… 💪 같이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