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맥카트니
오랜만에 1) 완전히 대체가능한 물건을 이미 갖고 있으며 2) 심지어 거의 매일 같이 잘 쓰고 있음에도 새로운 물건을 사고 말았다. 고달픈 서울살이를 조금이라도 쾌적하게 해보고자 세간을 늘리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먹은 뒤로는 오랜만에 저지른 일이다. 내 마음을 동하게 만든 것은, 얼마 전에 어이없게 잃어버린 헤드밴드를 다시 사러 아디다스 매장을 들렀다가 구석에 작게 마련된 전용 매대에서 본 가방이다. 이미 세일 중이라 내가 생각한 가격보다 더 쌌는데 멤버십 가입까지 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서 하루 고민하고 사왔다. 오늘도 이 좁고 어두운 집에게, 그리고 우리 행성 지구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생긴 것이 굉장히 맘에 들고 만듦새도 탄탄하며 여러 디테일들의 활용도가 높으니 합리적인 소비를 한 것이라고 정신승리한다.
스텔라 맥카트니의 물건들은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의 아버지와 그 친구들이 만든 노래를 내가 무척 좋아한다는 점이 그에게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이긴 하나 일단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멋지고 (내가 얼추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가치관의 지향점도 비슷하여 언젠간 뭔가 하나 갖고 싶단 생각을 해왔더랬다. 패션 브랜드가 외치는 지속가능함이라는 것에 뭐 얼마나 대단한 호소력이 실리겠냐마는 생산과 소비가 무한히 일어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마음에 조금의 위안을 주고 조금이나마 생태계에 선순환을 가져다준다는 점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이번 환노위 국감 내용을 다루며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 대란으로 불거진 그린워싱 이야기를 잠깐 하고 지나갔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컵은 원래 리유저블이라고 일침을 놓은 트윗이 자꾸 생각난다. 컵은 원래 리유저블하다…) 최근 스타벅스의 굿즈 덤핑 사례는 좀 얄밉긴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의 변화라는 것은 항상 부침을 겪으며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어떤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태도란 항상 논리적인 0과 1일 필요가 없으며 그 사이 어딘가에 있더라도 그 나름의 의의가 있기 때문에 알록달록한 예쁜 플라스틱 컵을 구매하든, 동물복지를 준수(?)하며 생산한 달걀을 먹든, 다시 해양 쓰레기와 폐플라스틱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해양 쓰레기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신발과 옷을 걸치고 다니든, 개인의 상황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가치 소비를 하는 것은 그 최초의 의도만 잊지 않는다면 좋은 일이라고 본다.
는 이상 새 가방을 산 나에게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며 만들어낸 핑곗거리였고 이제 20년 동안 헤드밴드 잃어버리지 않고 가방 소중히 잘 쓰겠습니다. 운동도 계속 열심히 하고. 그러고보니 요새 하는 운동을 소개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