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정의당에 입당한 지 5년이 넘었다. 오롯이 내 의지라고만 볼 수는 없는 여러 이유들 때문에 이제는 온갖 활동에서 멀어져 겨우 당비나 매달 부치는 수준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짧지 않은 기간이다. 다행히(?) 그간 쌓은 인연으로 알게 된 분들의 소셜 채널을 통해 당의 활동과 소식을 접하는 것은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바람 잘날 없는 이 진보정당 안에서 터져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에서 잠시 고개를 돌려 두 청년 국회의원이 우리 사회로 내보내는 메시지들을 보고 있으면 제법 마음이 뿌듯해진다. 한국의 다른 정당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내가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그런 영향력이 대의적으로 발현되는데서 오는 짜릿함이 있다. 며칠 전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정해진 숫자의 동의를 얻어 법사위에 회부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여전히 멀지만 시민 사회의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는 분위기에 뽕을 맞았다. 존경하는 아티스트 세인트 빈센트가 KEXP 라이브 인터뷰 세션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Once the record is done for me it’s not for me anymore. It’s for everyone else.”
사실 별말은 아닌데 그냥 지나가며 듣다가 인상이 강하게 남은 구절을 괜히 가져와봤다. 차별금지법은 그 법을 제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다. 이런 법 없이는 왜들 그렇게 후지게 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린 그 법 위에서 조금 더 안전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정한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