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결 블로그 ✍️ 💻 📷 🍻

플렉스 재직 1년을 맞아

이직을 고민하던 작년 초 지인을 통해 플렉스라는 팀을 알게 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관심이 가는 팀은 아니었다. 회사 사무실을 곧 판교로 옮길 수 있을 거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결정적이지는 않은 요건 때문에 일단 제쳐둔 것도 있긴 했지만 그 땐 플렉스라는 팀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잘 전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어영부영 인터뷰까지는 보게 되었는데, 얼마나 준비를 안 해갔냐면 내가 쓴 이력서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인터뷰어에게 전달된 인쇄된 이력서 한 장을 빼앗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을 정도였다. 테크 인터뷰라는 걸 보고 피어 인터뷰라는 걸 연달아 보는데 3시간 정도가 걸렸다. 인터뷰 경험은 매우 좋았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어렴풋하게는 알 수 있었다. 밖에 나오니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인터뷰 결과는 예상과는 다르게 탈락이었다. 어차피 크게 관심이 가던 팀은 아니라 그러든지 말든지는 상관이 없었으나 그 이유가 나를 심각한 고민에 빠트렸다. 팀에서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부분이 기술적 역량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아주 훌륭한 엔지니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또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 업으로 삼는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하지 못할 정도라고 느끼지도 않았다. 게다가 작년의 이직은 이제 개발 자체는 이 정도 선에서 한 번 갈무리를 하고 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조금 다른 일, 뭐 예를 들면 흔히들 말하는 그로스 해킹 같은 일을 해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테크 인터뷰에서 나를 통과시키지 않은 팀에선 일을 어떻게 하는지, 동료에게 기대하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지면서도 일단 나랑은 궁합이 안 맞나보다 생각하고 넘겼다.

잠실로 이사를 마친 날 저녁에 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거의 열흘만이었다. 다음 날에 연락을 해보니 그 다음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표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4월 1일의 일이었고 바로 다음 날부터 처우 논의가 진행되었다.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많은 고민 끝에 저 날보다 먼저 제안을 준 다른 팀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는 한 차례 미뤄두기로 하고, 플렉스로의 이직을 결정했다. 2020년 4월 21일에 입사를 했다. 그리고 지난 주 입사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당시에 주어진 다른 선택지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지난 1년은 2020년 4월의 선택이 매우 훌륭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결국 팀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일을 같이 해보겠다고 결정하기까지 가장 주요했던 계기는 그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나 스스로가 저기에서 일을 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를 상상해보게 된 것인 것 같다. 사무실이 판교로 이사를 간다는 그 지엽적인 사실에 바로 관심을 꺼버리고 접촉을 하지 않았다면, 탈락했으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그 다음 인터뷰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이 훌륭한 팀에서 훌륭한 제품을 훌륭한 방식으로 만드는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사무실은 아직도 강남구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년 중순까지는 강남역 인근에 있을 것이다. 설령 사무실이 이사를 간다고 해도 이제는 기꺼이 그 위치에 적응할 마음이 있다. 나중에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테크 인터뷰에서 내게 강한 반대 의견을 냈던 분은 지금 팀에서 같이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나와 치열하게 일하는 동료들은 당시 인터뷰 때 내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일이 이렇게 잘 흘러온 것도 있지만 과거의 내가 걱정하거나 뭔가 찝찝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처음부터 없던 일이나 다름없었다.

정리하면 이 좋은 경험을 나 혼자만 할 수는 없으니까 능력 있는 여러분들의 관심을 모두 환영해요, 밖에서 슬렁슬렁 보거나 들리는 이야기로만 판단하는 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만 보거나 오해의 여지가 생길 수도 있으니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만나서 이야기합시다입니다. 포지션 같은 것은 딱히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일 잘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팀과 제품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 플렉스입니다. 앗차 또 여기서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구구절절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