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스 스케이트보드
맥주를 몇 잔 걸치고 벌써 참여한 지 5년째가 된 레딧 시크릿 산타 2020의 자기 소개에 이런 내용을 적었다. 처음에는 거주지의 공간이 부족해 옷가지(를 비롯해 다른 여러 물건들에도 포함되는 이야기지만 일단은 몸에 걸치고 다니는 모든 것)를 덜 사자고 마음 먹은 것에서 시작해서 물성을 지닌 무언가를 소비하는 것이 지구를 아프게 하는 주된 원인이며 그럴 여유가 있다면 마땅히 불필요한 구매를 줄이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여, 기왕 옷가지를 사겠다면 중고 제품을 사는 것이 그나마 세상에 해를 덜 끼치는 것이라는 그 발상이 결국 그런 숭고한 담론들에는 하등 도움도 되지 않는 리셀 플랫폼에서의 희귀템 구매로 이어지는 내 자신이 한심하지만, 뭐 어차피 그 정도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늘도 집에 배송된 이 면직물 쪼가리를 바라보며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안도와 함께 다시금 자기반성의 허리띠를 졸라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