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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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가한 일요일 저녁에 로제타라는 영화를 봤다. 충격적으로 훌륭한 영화였다. 로제타의 불안정한 뒷모습을, 핸디캠을 통해 문자 그대로 숨막히는 느낌으로 잡아내는 장면들에선 <사울의 아들>의 그 마음을 꽉 죄는 앵글의 영감을 이 영화에서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사력을 다해 야 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옳다고 믿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거창한 가치관들이 하등의 가치도 없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잠깐 거대한 무기력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 앞에서 무가치해보이는 그 이상들이 점진적으로 실현되는 것이 문제 상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끈만큼은 놓지 않기로 했어. 이런 추상적인 헛소리를 구구절절 풀어놓는 것은 그만큼 훌륭한 영화니 언제 한 번 생각나면 한 번 봐보시라는 거고요, 말로만 듣던 다르덴 형제의 영화 중엔 첫 감상작이라 이어서 그들의 영화를 몇 편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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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프로틴에서 산 첫 비건 단백질 보충제 한 봉지를 비웠다. 현미를 기반으로 만든 이 친구에게선 단맛은 쪽 뺀 쌀강정 맛이 나는데 내가 여태 먹어본 복합, 유청분리, 비건 단백질 보충제를 통틀어서 가장 포만감이 적었다. 보충제를 섭취하는 목적에 따라 아주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또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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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흔히 볼 수 있는 빅데이터를 통한 음악 추천, 실시간 음악 검색?(은 샤잠)이 없던 시절,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는 주요한 수단은 CD 속지에 끼워져 있던 이름 모를 누군가의 평 속 키워드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 앨범을 두고 사람들이 어떤 장르로 구분하는지, 이 뮤지션에게 영향을 준 것들은 무엇인지, 이 트랙의 이런 부분을 뭐라고들 표현하는지 같은,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접근성도 낮은 그런 정보들말이다. 최근 그저 본인의 박학다식함을 자랑하는 것 말고는 딱히 쓸모없이 알맹이는 쏙 빼고 레퍼런스만 나열하는, 2006년도에나 유의미했던 평론을 펼치는 누군가의 글을 엿보며 음 나는 고인 물이 되지 말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이라도 해)야지 생각했다. 문득 예전에 네이버 뮤직에 글을 보내던 시절 어떤 글을 썼었나 떠올려봤는데, 남탓을 하자면 내가 보고 배운 글이 그딴 글들이라 그랬을 것이고 내 탓을 하자면 뭐 딱히 쓸 말이 없으니까 글자 수라도 채워야지 하는 생각으로 비슷한 글을 많이 써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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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부터 9월 1일까지는 술을 먹지 않는다. 마침 8월 1일에 집에 놀러온 이들이 담금주 키트를 선물로 사왔고 내일쯤 여기에 보드카를 가득 부어 잘 숙성 시킨 뒤 9월부터 하나 둘 꺼내먹을 계획이다. 이미 잡혀 있던 약속들에 무알콜로 참여하더라도 너무 노워여 마시길… 8월에는 간만에 독서에 집중해볼 생각이다. 집에 쌓여 있는 민음사 책들이 나를 불러… 술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