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성
드디어 오늘 무맛(채소 무의 맛이 나는 것이 아니고 없을 무, 즉 unflavored라는 뜻이다) 분리유청 단백질 보충제를 다 먹고 완두콩 단백질 보충제를 먹기 시작했다. 내가 운동하면서 먹는 것들을 사는 쇼핑몰을 기준으로 보면,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 제품군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오늘 한 스쿱 떠서 물에 타 먹어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소듐 함량이 생각보다 높다 싶었는데 정말 콩국수 국물 맛이다. 열심히 근력 운동 하고 나서 먹는 콩국수 국물 한 사발. 농담이고 원래 보충제는 맛으로 먹는 게 아니고 이 콩국물 보충제 가격이 더 비싼 편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단순 선호나 잘못된 지식이 만들어낸 시장의 불균형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단백질 보충제를 시작으로 운동할 때 먹는 다른 것들의 성분도 가능하면 식물성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이사를 하고 샀던 첫 가구 중 하나인 쿠에로 팜파 마리포사 체어는 흔히 베지터블 레더라고 하는 소재가 대부분인 반면, 집 거실 가구 대열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가리모쿠 라운지 체어는 바깥 소재가 인조가죽이다. 앞으로 꼭 가구뿐만 아니라 몸에 걸치는 것들부터 각종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가죽 제품은 구매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거나 정 갖고 싶다면 비건 레더 소재를 구매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사소한 경험이지만 작년 뉴욕 출장 때 소호를 둘러보면서 비건 레더라는 키워드를 종종 접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비건 레더 제품을 접할 기회는 점점 많아질 것이란 느낌이다.
살고 있는 집의 세면대엔 비누 거치대가 내장(?)되어 있다. 무엇이든 물건을 용도에 맞게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기존에 쓰던 물비누 대신 고체 비누를 써보기로 했다. 마침 집에 러쉬의 비누가 몇 개 있었다. 아무거나 하나를 꺼내서 세면대에 비치했다. 오우 근데 러쉬 비누는 정말 손 세정용으로 사용하기엔 곤란하다. 물을 먹으면 너무 흐물거린다. 비누는 며칠이 지나 점점 거치대와 한몸이 되기 시작했고 한 2주가 지나자 거치대에 붙은 비누를 손으로 긁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쓰는 다른 비누가 거치대 위에서 갈라지는 모습을 보면 무름이란 러쉬 비누, 또는 좀 더 광범위하게 천연 비누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쉬라는 브랜드가 내게 주는 신뢰감은 꽤나 큰 것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러쉬 비누를 쓸 의향이 있다. 물론 지금 쓰고 있는 다른 비누들을 다 쓰고 난 이후에 다시 구매를 고민하게 되겠지만…
아직도 마트에서 마실 것을 고를 때 제품이 남양의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고, 남양 제품인 경우엔 맛이 좀 궁금하더라도 다시 진열대에 돌려놓는다. 남양유업은 아직도 문제 기업인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지난 주에 나온 "조선비즈"의 기사를 읽어보니 논란은 여전해보인다. 같은 시기에 논란이 된 한샘이나 미스터피자나 그 이후에 뭔가 개선된 게 있는지 찾아봐도 정보가 별로 없다. 기업 차원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분명히 기사가 돌 법한 기업들인데도 그렇다.
사회적인 변화란, 설령 그 크기나 속력이 미미해보일지라도, 이런 사소한 불편함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걸 믿는다. 그래서 요새의 고민들은 이 불편함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모아낼 수 있는지, 불편함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정제할 수 있을지에 닿아 있다. 안 해도 되는 소비는 안 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해야 하는 소비라면 제대로 하고 싶은 게 요즘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