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나들이
워낙 짧은 일정이라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한 세 번째 밤엔 숙소에서 신주쿠역 반대 방향으로 약 도보 7-8분 거리에 있는 작은 꼬치집을 찾았다. 적지 않은 여행객들이 여행지에서 갈 만한 장소를 찾을 때 선호하는 키워드가 “여행객이 적은”, “로컬 사람들이 찾는” 등인 이유가 타국이라는 환경이 주는 낯섦과 신선함을 위해서라면, 나와 K가 비슷한 키워드에 반응하는 이유는 순전히 붐비는 곳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산하기만 하다면 맨 여행객들만 찾아오는 곳도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여행객들이 찾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은 덕에 외국어 지원이 0에 가까운 술집이었다. (사실 이런 곳은 도쿄 중심지 도처에 널려 있긴 할 것이다. 운이 좋아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점원이 있다면 다행.) 고등학교 때 딱 한 학기 배운 것으로 줄기차게 우려먹고 있는 내 일본어 조금과 네이버의 힘을 빌려 다양한 닭꼬치와 생굴, 아사히 맥주 여러 병을 시켜 먹었다. 꼬치가 무척 맛이 있어서 예산 신경쓰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건너편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엔화를 공수해오기도 했다. 메뉴 가격이 저렴하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먹어보고 싶은 메뉴 몇 개가 주문이 불가능한 상태라 결국 최소 인출 단위인 1만엔의 절반도 채 사용하지 못하긴 했지만 훌륭하고 배부른 밤이었다.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도쿄를 찾은 것이 4년만이었다. 4년 전엔 회사를 대충 다니고 일본어를 능통하게 하는 친구가 평일에도 어느 정도 일정에 동행을 해주어 불편함을 느낄 새가 없었는데, 검색해보는 것이 다소 귀찮아 제대로 정보도 없이 '아, 거기 저번에 가봤던 데’라는 감과 필요할 때마다 잠깐 하는 구글링 정도만으로 돌아다닌 이번 도쿄행에서도 큰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역시 가장 큰 위기는 일본어만 적혀 있는 메뉴판을 상대할 때인데 말로만 좋다고 듣던 구글 번역 앱을 사용해보니 웬만하면 대응이 된다. 하지만 세로로 쓰여진 손글씨 앞에서는 앱도 손수무책인데 그건 뭐 어쩔 수 없다. 일본어를 읽을줄 안다면 사전을 열심히 돌리거나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한가한 지인이 있다면 사진을 보내서 번역을 부탁해보자.
여튼 요는 뭐 어떻게 해보라고 팁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도쿄 다니기가 진짜 편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