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리드
작년 10월 1일부터 맡았던 팀 리드 역할이 지난 8월 15일부로 끝났다.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뭐라도 기록을 남겨두지 않으면 미래의 내가 서운해할 것 같아 주말 오후에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사회 생활을 꾸준히 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다시 내게 돌아올 역할이기에 손발을 없앨 수 있는 과몰입된 감상보다는 건조한 회고가 더 바람직하겠다 생각하면서…
10개월 절반 정도의 리드 생활을 한 단어로 줄여 표현하라면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고르겠다. 아쉬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엔지니어로서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부족도 한몫하겠지만 그건 내가 일반 개발자로 일할 때도 같게 느낄 점이라는 점에서, 첫 매니징 역할 자체에 대한 미흡함은 나의 지난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팀으로서 일해본 경험이 적었고 새 역할을 맡기 전에 딱히 대비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다. 현 시점에서 느끼는 주요 원인은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동기부여를 원하는 시점에 이끌어낸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개인 또는 팀의 성장 동력이 하향세에 접어들었을 때 동기부여 카드를 만지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라는 것을 크게 느꼈다. '그저 꾸역꾸역 일을 쳐내는 기간’이 긴 누군가와는 그 버퍼 안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운이 좋은 케이스일 것이다.
이는 팀 구성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나부터 스스로의 동기부여에 대해 신경을 썼어야 했다. 매니저로서 하는 여러 일들의 성과는 이 동기부여의 정도에 특히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인스퍼레이션과 모티베이션, 즉 내부로부터의 자가 동력과 외부에서의 자극 중 후자가 여의치 않을 경우 전자만이라도 어떻게든 챙기는 법을 미리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마 이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을 얻었다면 내 리드 역할은 조금 더 길어졌으리라. 물론 그간 아무런 생각없이 지내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힌트는 얻었다고 보는데 겨우 내린 결론은, 결국 외부 환경 역시 나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라는 점에서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을 내부, 외부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크게 의미 있는 접근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여차저차한 결정을 했다.
그럼에도 나에게 "아쉬움"이라는 표현은 대개 긍정적인 상황에서 사용한다는 것을 꼭 밝히고 싶다. 돌이켜보면 이전에는 업무의 메타적인 영역에 대해 깊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리드 역할이 갖는 태생적인 특성과 주변의 여러 조언과 압박이라는 필연적인 과정이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고 강제적으로나마 그 "거리"들을 해치워나가면서 얻은 결론들이 아닐까 싶다.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필요 이상의 몰입을 느꼈으므로 이제 이불을 들고 코인빨래방에 가야겠다. 저녁 날씨가 제법 선선하여 일요일 밤이라도 기분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