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전
올해 한국에서 열린, 가장 뜨거운 반응을 받은 전시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전의 얼리버드 티켓을 산 것은 지난 3월의 일이었다. 그 후 4개월간 뭔가 할 것이 없는 주말마다 K와 나는 ‘이번 주말엔 호크니전이나 보러 갈까요?’를 서로에게 반복적으로 물었고 계획은 세워지기도 했고 포기되기도 했으며 세워진 계획은 여러가지 이유로 무산되어왔다. 2019년 7월 21일, 역사적인 일요일에 K와 나는 서울시립미술관을 향했고 매표소 앞에서야 내가 얼리버드로 샀던 티켓이 특별권(저자 주: 국가유공자라든지 하는 특별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오후 4시가 넘었음에도 입장까지 30분 정도 대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K와 나는 서로의 마음 속에 호크니전에 대한 열의가 사실은 없었음을 크게 깨닫고 호크니 대신 덕수궁 산책, 무교동 낚지볶음, 대한문 옆 와플 등으로 속을 힘껏 채운 뒤 귀가했다. 만족스러운 일요일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