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사는 일
그러니까 요새는 말 그대로 “먹고 사는 일”을 치열하게 수행하고 있는 기간이다. 라인에 입사해서 세 번째로 받은 사번을 천천히 암기하면서 팀 리드로서 올해의 KPI에 대해 생각해본다든지, 올해 들어 팀원이 자꾸 줄어들고 있는 이 상황은 내 부덕의 소치일까 염려하며 어떻게 일감을 조정하고 방향성을 바꾸는 것이 “개선”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든지, 그 와중에 개발자로서 좀 더 매니징에 적합한 롤은 무엇일지 적지 않은 초과 근무를 통해 체득하려고 애를 쓰면서 시간을 보낸다. 정리해보자면 그냥 남들 다 하는 수준에서 조금 더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해보는 정도다.
이 일련의 돈벌이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건강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4월부터 시작한 PT는 웬만하면 주4회를 지키려고 한다. 혹시 5월 6일 휴일에도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운동을 하는 김에 회사 가서 일도 할까 했으나 스튜디오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내심 아쉬움을 느낄 정도다. 비단 PT가 운동의 전부가 아니다. 주중 저녁에는 회사 사람들과 농구도 했고(처음 시도한 날 발을 다쳐서 한 2주 후에나 완치가 될 것 같긴 하지만…) 주말에는 산에도 오르고 자전거도 탄다. 주말에 퍼지는 시간이 아까워서 동네에서 헬스장을 별도로 다니는 안도 고민 중이다. 프로헬스러들에게는 귀여운 수준이겠지만 먹는 것에도 기합을 좀 넣었다. 운동을 하는 날 기준으로 오트밀, 두유, 바나나, 요거트, 부스터를 아침에 먹고 운동을 하면서는 탄수화물과 아미노산 드링크를 마시고 운동 뒤에 복합 단백질 쉐이크, 점심 먹고는 오후에 샐러드와 닭가슴살, 과일, 삶은 달걀 등을 먹고 저녁에는 집에서 소고기를 구워먹거나 여차저차 해먹고 자기 전엔 카제인을 한 사발 들이킨다. 원래 무엇이든 씹어서 삼키는데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할 만하다고 느끼고 있다. 덕분에 몸도 무럭무럭 자라고 가뜩이나 좁은 집에 보충제 통이 굴러다니며 냉장고도 가득가득 찼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글은 아니다. 다만 내 “먹고 사는 일”의 밀도를 위해 얼마나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는지, 나 같은 사람들의 건강한 생활 양식을 지탱할 그 순백의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이 세상은 얼마나 덜 건강해져가고 있을지, 얼마나 대단한 무언가를 이뤄보겠다고 이렇게나 열역학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지극히 파괴적인 활동에 동참하고 있는지 잠시나마 숨을 고르며 생각해보기 위함이다. 오늘도 이렇게 위선자가 되지만 위선이 참선이 되는 그 날까지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각골하고 수신하며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