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X시대역량 2
빔즈에 이어서 갔던 곳은 써니힐즈 매장이었다. 오전 오후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지쳐 있던 차에, 방문만 해도 내어주는 펑리수에 우롱차 곁들여 먹으니 여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써니힐즈 펑리수에 대한 이야기는 온라인 세상 이곳 저곳에 있으니 따로 설명을 하진 않겠다. 한 마디만 적자면, 비싸다는 평이 있지만 선물로 줄 생각이라면 그닥 비싼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행자가 어느 공간에 들어가서 앉게 되면 으레 찾는 곳이 화장실이다. 표지판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종업원에게 질문하니 저쪽 어디로 나가서 쭉 가면 있다고 알려줬다. 따라가보니 아주 깔끔하고 정갈한 화장실이 나타났다. 칸이 세 개가 있길래 어느 칸을 이용해야 하나 문 앞을 살펴봤지만 내게 주어진 정보는 없었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아무 비어 있는 칸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종류의 기기(?)가 모두 갖춰져 있었다.
내가 봤던 것은 소위 말하는 성중립 화장실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 화장실을 나타내는 그 어떤 정보에도 만국 보편적으로 통용이 되는, 남성과 여성이 나란히 서 있는 듯한 모양의 "화장실 표시"가 없었다. 픽토그램이 갖는 여러 방면의 편리함을 인정한다고 했을 때, 문득 화장실을 의미하는 기호로 어떤 것이 더 나은 형태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은 구하지 못했고 오히려 신주쿠의 라인 본사에도 있다는 성중립 화장실이 한국에서는 언제쯤 보편화되기 시작할까, 성중립 화장실에 대한 (과연 가능은 할 것인지도 의심스럽긴 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여러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의견 조율은 어떻게 진행될까하는 또 다른 의문들을 가진 채 펑리수 세 박스를 선물로 사들고 써니힐즈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