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X시대역량 1
이튿날 저녁엔 자유 일정이 주어졌다. 이미 사가기로 마음 먹은 먹는 것들은 말고 타이페이에서 뭘 사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빔즈가 타이페이에 매장을 운영 중인 것을 알고 반팔 티셔츠나 좀 사오기로 마음먹었다. 2월이라고는 하지만 낮 최고 기온이 26도에 육박했기 때문에 반팔이 절실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한 20평 될까 말까한 아담한 매장이었다. 신상품도 조금 있고 철 지난 상품들은 반값에 후려치고 있었으며 챔피언이나 그레고리 같은 브랜드를 다루는 편집 코너도 갖추고 있었다. 세일을 하는 반팔 티를 찾았는데 아무리 봐도 보이지가 않았다. 점원에게 물었다. 그는 없다고 했다. 나는 나처럼 티셔츠나 몇 장 사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재고가 없다고 이해를 하고 그럼 단추가 달린 반팔 셔츠는 없냐고 물었다. 그는 없다고 했다. 조금 고민 끝에 반팔 제품이 있긴 하냐고 물었다. 그는 없다고 했다.
낮 기온이 25도를 상회해도 겨울은 겨울이었나보다. 후디를 하나 집어서 계산대로 갔다. 놀랍게도 한 팩에 두 개씩 든, 이너웨어로 입으라고 만든 흰색 무지 반팔 티셔츠 패키지가 보였다. 어차피 시착이 안 되는 제품이라 대충 사이즈만 보고 골랐다. 계산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바로 입어봤는데 그럭저럭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