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결 블로그 ✍️ 💻 📷 🍻

연밀

10월부터 몸을 담고 있던 팀의 리드를 맡게 되었다. 이 문장에 우연한 기회라느니, 운이 좋은 덕이라느니 하는 부사구를 덧붙이지 않은 이유는 여럿이다. 이 결과라는 게 우연과 필연의 애매한 경계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 주된 이유라면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이 결과가 과연 “좋은” 성격의 상황인지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 부수적 이유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회사에서 콩고물 하나 더 떨어지는 것이 없다. 그러니까 한 턱 쏘라는 여러분의 이야기는 실현될 수 없다는 말이다.

휴가로 빠진 10월 첫째 주를 제외하면 이제 이 리드 노릇을 한 것도 벌써 4주가 되었다.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에 따라 고민이 깊어지는 날도 많았다. 주변에 믿고 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고 실제 업무에 도입하려는 시도도 했다. 실무자로서(여전히 크게 보면 나는 실무 레벨에 있는 사람인 것도 맞긴 하지만) 좋은 구성원에의 역량과 품성과는 사뭇 다른 리드로서의 이상적인 모습과 나라는 사람을 비교/대조해가며 배운 점도 많았다.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디테일하게 얘기할 수 없는 이 여러 이야기들이 점차 구체화되고 정리되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나에게 주어진 조건 하에서 더 빨리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당분간은 적잖은 시간을 계발과 공부, 숙고에 쓸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일정량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

그래서 오늘은 갑자기 오전에 후딱 씻고는 수원으로 갔다. 얼마 전부터 사고 싶던 코트를 직접 보기 위함이었다. 영통을 제외하고 더 흔히들 이야기하는 "수원"에 살면서 처음으로 가보는 거라 여행을 가는 기분도 났다. 날씨도 좋았고 연밀이라는 훌륭한 음식점에서 정갈한 소롱포, 빙화교자를 맛봤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구매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직 한국에서 접하지 못한 이국적 분위기의 편집샵도 즐겁게 구경했다.

앞으로 다가올 스트레스에 대한 이른 보상 소비는 못했어도(그리고 어차피 세상은 넓고 소비할 것은 많으니까!) 리프레시하기에 충분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