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
이번 주말은 최대한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주의로 (다행히도 일요일의 약속 두 개가 연달아 취소되는 쾌거가 있었다.) 지지부진하던 독서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마르케스가 그리는 로맨스와 이성애 안에서의 여성관을,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은 단어로 묘사된 체계 안에서 이해하고 감탄하기엔 아무래도 불편했다.
그날 밤 그 경비원은,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매일 밤 그랬듯이, 발가벗은 몸으로 전갈과 나비들 사이에서 사랑의 갈증으로 몸서리를 치고 있던 메메가 기다리고 있는 목욕탕으로 들어가려고 기왓장들을 들어내던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를 쓰러뜨렸다. 그의 척추에 박힌 총알 한 방은 그를 평생 동안 침대에 가둬버렸다. 그는 자기를 한순간도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던 노랑나비들과 추억에 시달리고, 암탉 도둑으로 공식적으로 멸시를 받은 채, 신음 소리 하나 없이, 불평 한 마디 없이, 변명 한 마디 해보지 않고, 고독 속에서 늙어 죽었다.
기나긴 장마를 거치는 동안, 시장 상품들은 조각조각 부서지고 있었고, 가게 문에 펼쳐놓았던 피륙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었으며, 카운터들은 흰개미에게 갈아 먹히고, 벽들은 습기로 망가져 있었으나, 삼대째를 이어온 아라비아인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이 불면증과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서른두 번의 전쟁이 끝난 후에 그랬던 것처럼, 그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태도로, 말없이 침착하게, 세월의 흐름이나 재해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너무나 활기차게, 또는 너무나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다. 도박장 탁자들, 튀김 가게의 식탁들, 사격장들, 꿈을 해몽하고 미래를 점치던 골목의 잔해 앞에서 그들이 보인 강한 활력에 무척 놀란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항상 그렇듯 격식을 차리지 않은 채, 그런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썼느냐,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익사에서 모면했느냐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물었고, 그들은 그에게 능글맞은 웃음과 꿈을 꾸는 듯한 시선을 보내며, 미리 상의하지도 않았지만, 모두 한결같이 대답했다. “헤엄을 쳤지요.”
겨울밤이면 벽난로에서 수프가 끓고 있던 수프와 커피 장수가 커피 사라 외치는 소리와 봄에 잠시 날아들던 종달새를 그리워했듯이, 책가게 뒷방의 더위와 먼지를 뒤집어쓴 아몬드나무들에 쨍쨍 내리쬐던 햇살과 낮잠 시간에 졸면서 듣던 열차의 기적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했다. 두 개의 겨울처럼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종류의 향수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의 그 뛰어난 비현실 감각을 상실했고, 마침내, 모두에게 마꼰도를 버릴 것을, 이 세계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자신이 가르쳐주었던 것을 모두 잊을 것을, 호라티우스에게 똥을 싸버릴 것을,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과거는 거짓이고, 추억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고, 지난 봄은 다시 찾을 수 없고, 아무리 격정적이고 집요한 사랑도 어찌 되었든 잠시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할 것을 권고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