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트레킹 8 : 포카라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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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스는 많은 ABC 트레킹 가이드/포터가 직업을 잃고 있다고 했다. 네팔의 다른 인프라가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직접 몸을 혹사할 필요가 없는 자동차나 비행기 투어 등이 활황을 띄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말이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가이드로 총 13년, 그 중 ABC 트레킹으로만 5년째 일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니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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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를 떠나기 전날에는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인터내셔널 마운틴 뮤지엄에 다녀왔다. 지구 최고()의 산맥을 가진 네팔의 산, 그 속의 부족 문화, 지질/생태적 자료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치열했던 등반의 역사, 다른 고산지대의 이야기 등도 나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인상 깊게 본 것은 두 가지로, 하나는 한국에 대단한 산악인들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지구 온난화 현상, 트레커들로 인한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한 온갖 자연 재해와 생태계 파괴가 현지인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포카라에서 트레킹 시작 지점까지 오가는 지프에서, 그리고 실제 트레킹을 하던 경로 곳곳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차도 또는 산행로 유지 공사 현장을 지나쳤다. 과연 이 방식은 지속가능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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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이야기와는 대조적으로, 산 속에선 롯지의 신규 또는 확장 공사가, 시내에는 현대식 숙박시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는 하지만 관광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뻔한 동네에서는 당연한 움직임이겠지만 고개를 한 번 갸웃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기껏해야 포카라에서 4일 정도 머문 사람이 가타부타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여러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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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로 다시 포카라에 오게 될까라고 자문해보면 아무래도 아닐 것 같다고 대답하게 될 확률이 더 높다고 보지만 질문을 10년으로 바꾸면 절반이 넘는 확률로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음에 올 때 포카라는 지금의 모습과는 대단히 다른 곳이 되어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 변화가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발전이길 바라면서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