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트레킹 7 : 크레딧
트레킹 7일차, 지누단다에서 맛있는 아침을 먹고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 정오 무렵 포카라행 지프에 올라탔다. 지프가 울퉁불퉁한 길을 출렁이며 나아가는 동안 차 안에는 신나는 네팔 음악이 울려퍼졌다. 발리우드 영화의 엔딩처럼 신나는 음악과 군무(는 내적댄스 + 차와 함께 들썩이는 몸짓으로 갈음.)와 함께 보이지 않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우선 이 트레킹 일정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담을 전해준 @keyb0mb 이 떠오른다. 무슨 말을 했던 건지 다녀와보니 다 알겠다. 트레킹 내내 나의 육신을 괴롭게 한 거대한 배낭을 빌려준 @beenzinon 도 빼놓을 수 없다. 출국 전날 가방을 정리하다가 그가 지난 지리산 종주에서 남겨온 몇 가지 찌끄레기들을 보고 지리산도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무거운 가방을 들고도 몸에 별 무리가 없을 수 있었던 데에는 Ruda PT & Pilates 의 공이 크다. 선생님, 저는 이제 좀 더 강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isoflx 의 유틸리티 팩이 이렇게 산행에 어울리는 물건이라는 것은 이미 이전 포스트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일등공신(?)은 단연 잠실 최고의 젊은 산악인 @ssunuk_k 의 몫이다. 산에 짊어지고 간 물건의 90%를 대여해준 위대한 분으로 하루에 세 번씩 그가 세심하게 챙겨준 모든 것들에 감사를 표했다. 트레킹 일정의 모든 부분을 챙겨준 비커스는 거의 생명의 은인에 다름없다. 혹시 ABC 트레킹, 또는 그 어떤 포카라 기반의 여정을 준비 중이라면 한인 숙소 “놀이터”의 비커스를 찾길 바란다. 이보다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일정을 챙겨주며 훌륭한 영어, 개그 센스, 현장에 대한 지식까지 골고루 갖춘 가이드는 없다.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놀라운 일은 사랑하는 @highonxm 이 없이는 성립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트레킹이라고는 관심도 없던 내게 (본인이라고 그렇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난데없이 신세계를 던져주었다. 계획을 세울 때도, 이런저런 물건을 사고 빌리러 갈 때도, 예행연습이랍시고 관악산과 수락산을 오를 때도, 말 그대로 24/7을 붙어 있었던 트레킹 일정의 매 순간마다 즐겁고 행복했다.
이 노곤한 순간에 기억나지 않는, 직간접적으로 이번 여정에 긍정적 영향을 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하며 엔딩 크레딧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