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트레킹 5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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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로 날아가는 헬기는 거의 대부분이 구조 목적이라고 비커스가 그랬다. 어제 시누와에서 밤부까지 걷는 길에서 헬기 소리를 들었다. 모두가 이 신성한 곳에서 무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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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이었나, 바이스(Vice)의 컨텐츠 하나를 인상 깊게 봤다. 길거리에서 파는 아무 청바지 브랜드 하나를 골라서 그럴싸해 보이도록 하입(hype)을 잔뜩 준 뒤, 그를 이용해 파리 패션 위크에 침투하는 내용이었다. 내게 흥미로운 부분은 후반부였다. 실제 그 청바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을 찾아 브랜드가 가진 나름의 헤리티지, 20여년간 브랜드를 전개해온 그들의 노력과 경험, 모티베이션 등을 소개했다. 꼭 조르지오 알마니를 연상시키는 브랜드의 이름 조르지오 페비아니는, 기억이 맞다면, 그냥 그럴싸하게 보였기(들렸기) 때문에 정해졌다 했다. 이를테면, 이제는 백화점에까지 입점해 있는 마르코 폴로 같은 그런 느낌일까. 이런 쓸데없는 말을 길게 한 이유는, 네팔 사람들이 잘 신고 다니는 브랜드 중에 골드스타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힘이 들어서 땅만 보며 걷다 보면 사람들이 무슨 신발을 신고 있나 저절로 잘 알게 된다. 여튼 당신이 알고 있는 그 골드스타다. 폰트도 똑같다. 불세출의 대한민국 가전 브랜드 골드스타는 어떻게 네팔에서 잘 나가는 신발 브랜드로 탈바꿈한 것일까? 바이스가 다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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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까지 오르는 길에 현지인 포터에게 업혀서 올라오는 한국인을 봤다. 두 차례나 목격했다. 나와 K가 정말 크게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멍하니 쳐다보자 심장이 아파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숨이 차서 헥헥거리며 앉아 쉬는 우리 일행을 지나치며 한 말이다. 사정이야 모르지만 그렇게 힘들어보이는 행색은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왜 ABC 트레킹을 하는 걸까? 그저 산이 좋기 때문에? 육체적인 한계를 이겨보려고? 네팔의 성지를 방문하기 위해? 각자의 대답이 있을 이 질문에 대한 그 사람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인류애는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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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목적지인 ABC에 오른다. 그 뒤로는 즐거운 하산길(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쭉 내리막길이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한다.)이다. 오늘은 너무 추워서 샤워를 못하겠다. 내일은 꼭 온수 샤워 박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