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결 블로그 ✍️ 💻 📷 🍻

술자리

술 먹으러 나가기 전에 쓰는 짧은 술자리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술을 먹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이른바 “한국식” 술자리 매너라는 키워드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잔을 돌리는 순서, 병을 잡는 방법, 고개를 돌리는 방향 등 딱 봐도 헛소리인 것을 제외하고, 비단 술자리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를 제외하고, 나름 눈에 많이 띄지 않으면서 기억하고 있으면 좋을 만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물론 이 이야기도 어느 상황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1. 술자리 일행이 나를 제외하고 1 명만 있는 상황, 2. 적당히 한 번쯤은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전화기를 보는 타이밍이 올 정도의 시간을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는(그러니까 아주 빠르게 한 잔 들이키고 갈 거라면 별로 쓸모가 없다는 이야기다.) 전제라면 좀 더 그럴싸하다.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나와 상대방의 자리 배치에 관한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동선에 자꾸 걸리는 자리에 앉히지 말라, 더 편한 의자에 앉혀라, 화장실에 아주 붙어 있는 자리는 피해라 같은, 위에서 언급한 "기본 매너"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내가 소중한 상대와 술을 먹을 때 본능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것은, 상대방이 자리에 앉았을 때 보이는 광경이 단조롭진 않은가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벽을 보는 것보다는 더 넓은 시야를 내어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고(이는 많은 상점 공간에서 벽쪽의 편한 자리를 양보하는 것과 같은 결론이지만 어쨌든 다른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테판야키 전문점처럼 주방이 오픈되어 있는 곳이라면 철판을 바라보는 자리를 내어준다거나(물론 같이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좁은 공간에서라면 문 방향, 또는 바깥 방향을 내어주는 것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기 때문에 이유 같은 구차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론, 나는 웬만해서는 TV 가 보이는 자리를 서로 피하려고 하고, 정 피할 수 없을 때는 내가 TV 를 등지는 자리를 선호한다. TV 를 생활 공간, 업무 공간에 두고 있지 않은 나는 아무래도 TV 가 보이면 시선을 빼앗기기 마련인데, 그것을 맘에 들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기 때문이다.

오늘은 대림에 가서 훠궈를 먹을 것이다. 마침 시간도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잔인해질 수 있는 저녁 9 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