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Creuset skillet
(대부분의 단 한 가지를 꼽아보라는 질문은 상투의 극단을 달리며 그 와중에 별로 쓸모도 없는 편이 많지만, 그럼에도 글을 뽑아야 하므로 같은 질문을 자문해본다면) 자취인에게 가장 필요한 조리도구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냄비와 팬 중 하나를 이야기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같이 면 요리를 좋아하고 무엇이 되었든 조리라는 것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냄비가 더 소중한 도구겠지만 나보다 조금이라도 사정이 나은 사람 입장에선 냄비보다 팬이 있을 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훨씬 다양하다. 요리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무경험자인 나조차 고기도 구울 수 있고 여러 달걀 요리와 파스타, 부침개(나의 페이버릿인 팬케이크를 절대로 빼놓을 수 없다.), 볶음밥 정도는 팬에서 요리할 수 있다. 물론 밖에서 사먹을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을 경우 대개 외식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간 사용하던 테팔 팬이 있었다. 이제는 다소 낡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사온 집의 하이라이트(나는 여태까지 이걸 인덕션이라고 불러왔는데 얼마 전에 하이라이트라고 부르는 게 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와는 사이즈가 잘 맞질 않았다. 2 구 하이라이트의 더 큰 구가 너무 벽에 붙어 있어서 기존의 팬을 사용하면 온도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그냥 하나 샀다. 요새 보니까 어딘가에서 엄청난 물량이 병행수입을 하는지 이곳저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는 르쿠르제의 23cm 스킬렛이다. 아직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물건을 딱 봤을 때의 소감은 1. 진짜 무겁다. 이걸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관절 관리를 열심히 하지 않을 경우 곧 손목이 고장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2. 진짜 무거우니까 웬만하면 작은 사이즈를 살 것. 3.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무겁다.
주말에 시간이 되면 맛있는 수입 쇠고기를 사와서 팬 개시를 할 것이다. 트러플 오일을 촵촵 뿌리고 허브솔트에 찍어먹는 그 맛, 자취 생활의 베스트 파트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