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ni Tartufi 트러플 오일
나는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식재료를 가리는 편도 아니고 저염식도 익숙하며(이는 순전히 어머니의 공인데 내가 어릴 적부터 정상적인 간이 된 음식을 짠 것이라고 규정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딱히 불쾌하게 느끼는 향신료도 없다. 고기의 구운 정도도, 미세한 불청결도, 소위 말하는 궁합이 맞지 않는 조합도 개의치 않는다. 나는 이것이 내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믿는다. 음식에 있어서 만큼은 이보다 더 관대할 수가 없다. 누가 뭘 먹자고 하든, 내가 그 전에 무엇을 먹었는지와 무관하게, 나는 99.9% 동의할 수 있다. 0.1%의 예외에 대해서는 넘어가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맛이 있다고들 하는 것과 없다고들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고, 실제로 내가 가보자고 권하는 밥집, 술집을 같이 가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도 신빙성이 높은 주장이다. 먹고 마시는 취향엔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못한다라는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사례가 적은 편인데 높은 확률로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변명거리야 좀 있다. 주거 형식의 탓을 들 수도 있을 것이고 종사하는 업계의 불규칙한 출퇴근 시간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봐야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감가상각이 안 나온다. 그냥 밖에서 사 먹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있는 식재료 및 향신료를 집들이 선물로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그램 당 소매가로 따지면 고오급 위스키의 뺨을 후려치는 이 고오급 트러플 오일을 선물로 준 것은 지금 회사의 첫 팀메이트였던 NK 로, 본인의 말에 따르면 수준급의 조리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의 선물인 만큼 오일에 상응하는 식재료가 필요했다. 마침 주말에 집을 들르신 부모님께서 고오급 한우 안심 몇 덩어리를 놓고 가셨고 일요일 저녁에 적당히 손질을 하여 구워먹었다. 내가 구웠지만 약간 눈물이 날 것 같이 맛있었다. 다음에 집에 오시는 분께서는 고오급 소고기를 준비해주십시오. 오일과 팬은 제가 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