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바야흐로 1 인 가구라는 단어가 커머스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이 도입부를 지나 전개부로 들어선 시대다. 혼밥이나 혼술은 더이상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행위가 아니다.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다소 생경하게 느껴졌던 식당 속 술집 속 1 인석은 이제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었다. 당연히 이런 변화는 오프라인 커머스 일부 분야에 한정된 찻잔 속 태풍이 아니다. 커머스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대부분의 컨텐츠 마케팅이 1 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을 촛점으로 맞추고 있다.
1 인 가구 전성시대가 우리 삶에 가져온 직접적인 변화들은 무엇일까? 언급했듯이 적당히 수요가 있는 동네에서는 테이블의 단위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일본식의 극단적인 1 인석도 종종 보일 정도니 말이다. 무엇을 사다먹으려고 해도 어느 정도 1 인 가구의 평균적인 사람이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단위의 상품들을 찾기가 수월하다.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배달을 시킬 수 있는 것들의 범위가 대폭 늘어났고 그에 맞춰 포장을 할 수 있는 것들의 영역도 커졌다. 자취방의 풍경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아담한 공간에 맞는 가구들과 1 인 가구를 위한 맞춤 기능들이 포함된 가전도 많아졌다. 하지만 유독 이런 거대한 변화에 꿈쩍하지 않고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물건이 하나 보인다. 주인공은 쓰레기통이다.
는 여태까지 그냥 개헛소리에 불과했고 아니 도무지 맘에 드는 10L 용량이 쓰레기통을 찾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취를 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어차피 그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라는 게 대단할 게 없다는 것을.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나올 만한 것은 애초에 방에 들이지 않으며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처리를 하고 나면 뭐 아주 간단한 일용품 정도.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STP 조건하에서 쉽게 부패하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다.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쓰레기통이란 무엇일까?
새벽 2 시까지 고민한 끝에 그나마 최적화된 친구를 찾아냈다. 이상한 슬라이드니 뭐니 하는 뚜껑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 최대한 입구가 넓어서 휴지 따위를 쉽게 투척할 수 있고 그 모양이 원형이나 정방형에 가까워서 10L 짜리 종량제 봉투를 무리없이 정리해넣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심플하고 때 안 타게 예쁘게 생길 것! 예쁘게 생길 것! 이상한 곰돌이 같은 거 그려져 있지 않고 괜히 궁합 안 맞는 어설픈 색 조합 없고 투박하고 튼튼하고 쓰레기가 들어가면 꼭 새로운 무엇으로 재탄생하게 생긴 그런 예쁜 것! 맨 마지막 조건은 좀 아쉽지만 새벽 2 시까지 둘러본 수백개의 쓰레기통 중에는 제일 1 인 가구에 적합한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마트몰에서 구매했고 원가 7,900 원에 배송비 2,500 원이 더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