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서울로 7017 을 갔던 날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던 까르띠에 재단의 전시를 보러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전에 적은 대로 맥주 몇 잔에 엉덩이가 무거워져버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미뤘던 미술관행을 오늘에서야 이행했다.
전시는 솔직히 대단했다고 본다. 미술관에 도착해 H 를 화장실에 보내고 매표소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나는, 문득 사람들이 그냥 전시관에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았고 그제서야 전시가 무료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요지는 전시가 무료라서 대단하다는 것이 아니다. 대단한 것은, 단순히 까르띠에라는 브랜드가 갖는 여러 상업적인(아니 가격대의 접근성이 안 좋기 때문에 어쩌면 비상업적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이미지와는 별도로 예술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훌륭한 큐레이션이다. 시의성도 적절하고 국제사회의 불균형적인 지형도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그러면서도 고유의 예술성을 잃지 않은 작품들이 여럿 보였다. 과장없이 말해서 약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 일상적이면서도 비일상적인 결과물에 압도당하여 일종의 무기력감까지 느끼며 약간 도망치듯 미술관을 빠져나왔으니 말이다.
얼마나 도망을 쳤는지 전시가 3 층까지 이어지는 줄도 모르고 2 층만 보고 나와버렸다. 하지만 3 층을 전혀 보지 않아도 이번 까르띠에 재단의 전시는 무척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8 월 15 일까지다. 말했듯이 관람은 무료였고 볼 만한 멀티미디어가 적잖이 있으므로 3 층까지 넉넉잡아 2 시간 정도 본다 생각을 하면 될 것이다. 참고로 2 층에서 도망을 친 나는 약 1 시간 30 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