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ean - No More Inter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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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힙합을 - 또는 이 포스트의 맥락을 고려하면 랩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를 -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따라서 그렇게 잘 알지 못한다. 외국(사실상 미국) 힙합은 내가 20대 중후반에 와서야 듣기 시작한 제이 지와 카니예를 시작으로 최근에 와서야 드레이크니, 켄드릭 라마니 하는 디스코그래피에 귀를 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힙합은 노래방에서 떼창하는 것들 말고는 도저히 들을 마음도 없고 그럴 자신도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아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전부가 미국 힙합, 또는 랩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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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내가 힙합을 들을 때는 랩보다는 비트와 배경 음악, 코러스 멜로디 따위에 집중을 하는 편이다. 당연히 이런 장르의 음악을 내가 꽤나 겉핥기식으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애초에 멜로디 위주의 노래를 들을 때에도 가사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 편이고 발음이니 라임이니 호흡이니하는 부분에서 기술적으로 무엇이 잘하는 것이고 무엇이 못하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무엇이 내게 좋은지 별로인지 개인적인 호불호 자체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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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으로 힙합 아티스트의 음악이 아닌 랩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본명은 데이빗 버드, 스테이지 네임은 릴 딕키(Lil Dicky)라는 친구로 처음으로 접한 음악이, 아마 저쪽 힙합 신에서도 적잖은 노이즈를 일으켰다고 알고 있는, 스눕 독이 피처링한 Professional Rapper다. 일단 목소리 톤과 발음이 내가 여태까지 들어온 아티스트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가사의 내용이며 그 어조랄까 하는 것조차 신선하게 느껴질 만큼 다르다. 그래서 디스코그래피를 좀 들어봤는데 사실 저 트랙말고는 딱히 그런 다름이 묻어나는 것이 없어서 그냥 그 정도에서 멈춰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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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길에 멜론 라디오에서 낯선 힙합 트랙이 흘러나왔다. 밖에 걷고 있던 중이라 트랙을 넘기기 귀찮아서 그냥 흘러나오게 두었는데 굉장히 낯익으면서도 정확히 누구라고는 짚어내기 힘든 스타일의 랩이었다. 이 사람의 랩은 1) 기본적으로 아프리칸 아메리칸 발음이지만 그 특유의 억양이 굉장히 잘 정제되어 있달까, 마치 컴프레서를 기가 막히게 써서 잡아낸 기타 톤 같달까 했고, 2) 하지만 그러면서도 몇몇 특정 단어의 발음을 흘려내는 것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스타일로다가 - 조금 더 특정하자면 카니예? - 부드러우면서도, 3) 랩에 속도가 붙을 때는 약간 에미넴이 연상될 만큼 발음이 또박또박해서 단어를 잘 흘려듣지 않게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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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춥지만 전화기를 주머니에서 꺼내들어 아티스트 이름을 확인했다. 빅 션(Big Sean)이었다. 잘은 몰라도 당분간 이 친구의 랩을 계속 들어보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다. 재밌는 사실은 릴 딕키와 빅 션 모두 나랑 동갑이라는 것으로 쌍팔년도 쌍용띠 존재들 모두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