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삶의 99%를 헛된 곳에 쓰고 있는 J라는 친구가 있다. 어제는 무척 오랜만의 그의 나머지 1%가 떠오르는 경험을 했기에 트리뷰트 형식으로 글을 써보기로 한다.
어제 저녁,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을 CGV 강남에서 보게 되었다. 다소 일찍 예매를 했기 때문에 적당히 맘에 드는 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거의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춰 도착해 예매한 자리에 앉았다. 요새 영화관에 가면 피해갈 수 없는 추성훈의 바디프렌드 광고(는 정말이지 볼 때마다 후졌다는 생각을 한다.)를 보고 영화 상영이 시작되었다.
문제의 시작은 바로 뒷편 스위트박스 자리에 앉은 커플로, 팝콘을 일부러 큰 소리로 집고 큰 소리를 내며 씹으려고 노력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만큼 대단히 주의산만한 태도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래 팝콘이야 처먹을 수야 있지, 밥상머리에서 쩝쩝대며 먹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직접 면박을 주기는 힘든 노릇이지, 이렇게 정신승리를 하면서 내 자신을 꾹 눌렀다.
하지만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이번에는 왼쪽에 앉은 사람들(나는 보통 복도에 바로 붙은 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자리의 오른편은 복도였다.) 그 중 장발의 아재가 동행인 여자에게 뭔 쓰잘데기없는 부연설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소곤소곤 이야기할 의도는 1도 없이 그냥 평소의 본인 목소리 톤과 크기대로. 그들과 바로 붙어 앉았던 내 동행인 P의 말에 따르면 하늘에 수많은 별이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아재 특유의 탄식과 함께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저런 거 많이 봤는데, 자기는 못 봤지?” 같은 류의 이야기까지 했다고 하던데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예전에 조현재가 이야기하길 본인은 CGV 강남에만 가면 관객들 태도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이제 다시는 거기서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했던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도 기억이 맞다면 CGV 강남에서 거의 처음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데 내가 영화관에서 맞닥뜨린 최악의 사람들 1위와 2위를 동시에 만나버리니까 삶의 99%를 헛된 곳에 쓰고 있는 조현재의 저 이야기가 이번에는 나머지 1%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인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는 혹시 CGV 강남에서 감상에 크게 방해가 되는 사람들 만나보신 분들의 경험담을 모아봅니다. 영화를 본 관객이 서로 다른 관객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해 관객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VOC를 내볼까…는 어차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겠지만서도… 여튼 내가 이러려고 돈 내고 영화보러 갔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사람의 신세한탄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