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입양의 트라우마
슬레이트에서 한국인 이름이 보이길래 쓱쓱 읽어보다가 정리한 내용. 바라건대, 사회가 제도권밖의 사람들을 최소한, 정말이지 최소한으로나마 보호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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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1세인 신송혁 씨(미국 이름 애덤 크랩서 Adam Crapser)는 부인과 아이, 그리고 모든 지인들을 미국에 둔 채 모국인 한국으로 강제 추방당했다. 신송혁씨는 3살때 본인의 여자 형제(sister)와 함께 미국으로 국제 입양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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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의 첫 번째 입양 가족은 신 씨 남매를 학대했고 신 씨가 9살이 되던 해에 신 씨만 따로 또 다른 양부모 가정에 의탁했다. 그러나 결국 오리건까지 가게 된 신 씨를 기다리던 것은 또 다른 학대였고 16살에는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본인의 물건을 챙기러 몰래 집에 침입한 신 씨는 경찰에 잡혀 감옥살이를 했다. 이후 여러 가지 범죄 행위에 빠지지만 마침내 자신의 모든 형기를 마치고 결혼도 하고 직업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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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 씨를 기다리던 것은 강제추방 명령이었다. 2001년 전에 이루어진 국제 입양의 경우 입양된 아이에게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소급적으로 적용된 법마저 신 씨의 출생일 조건에 맞지 않았다. 입양 가족에서 챙겨줬어야 하는 마땅한 권리를 받지 못한 신 씨는 범죄 기록을 바탕으로 강제추방을 당하게 된 것이다. 한 캠페인에 따르면 신 씨와 같이 예전에 국제 입양된 뒤 시민권을 따지 못한 사람이 35,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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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에는 최소 3대에 걸친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 1978년에 남편의 폭력과 가난을 이기지 못해 신 씨를 비롯한 본인의 세 자식을 고아원에 맡긴 뒤 신 씨의 어머니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마다 그들 생각에 빠졌다고 한다. 국제 입양 되어 온 신 씨는 어린 시절 두 입양 가족에게 모두 학대를 받았고 결국 어지러운 젊은 시절을 보내다 결국 강제추방을 당하게 되었다. 신 씨의 가족, 특히나 신 씨의 아이는 신 씨가 감옥에서 보낸 시간, 이민국과 보낸 시간들로 아버지를 잃었는데 이제는 아예 영구적으로 가정의 중요한 구성원을 잃게 될 수도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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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역시 입양 가족의 어머니임을 밝히는 글쓴이는 입양 이전에 입양 가정의 사람들, 특히 부모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 씨의 경우에서는 단순히 신 씨가 겪었던 입양 가정 부모들의 잘못뿐만 아니라 그런 가정에 입양을 허가해준 관리 당국의 잘못도 지적한다. 신 씨의 범죄 이력을 문제 삼는 입장에 대해서도 입양된 아이들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트라우마들을 돌볼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