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큰 아이가 커서 더 잘 번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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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짚어보면 본인이 10살에 교과과정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 책이 10권 이상 있었던 사내들의 일생 수입(lifetime earning)이 평균보다 더 높다는, 유럽 남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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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경우는 어떻냐고? 잘 모르겠다. 내 잘못은 아니다. 애초에 조사 대상이 남자로만 한정되었던 것 같은데 "일생 수입"을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불가피하게 배제되었을 가능성 정도만 제기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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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교과과정의 나이 관련 규칙이 바뀌면서 학교를 1년 더 다녀야 했던 남자들이 약 9%의 추가적인 수익을 거두었고, 그랬던 사람들 중에 10살 당시 교과과정외 책이 10권 있었던 사람들이 특히나 21%의 추가 수익을 거두었다는 말이다. 학교를 1년 더 다녔다는 사실이 아닌, 유년기의 책 수를 1차 조건으로 걸면 생각보다 특출난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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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재밌는 사실 하나는 책이 10권 이상인 경우엔 그 수가 50권이든 100권이든 200권이든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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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언론에 이 내용이 소개되면 분명히 어떤 학부모들은 무작정 책을 사다가 놓고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할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조사자들이 유년기 책 수와 일생 수입의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조사자들은 다음의 세 가지 상관관계를 - 충분히 상식적인 수준의 - 제시한다.
- 삶과 우주에 대해 더 많이 배울 기회가 있다.
- 새로운 직간접적 경험을 할 수 있다.
- 집에 그렇게 책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가족이 문화적, 사회경제적으로 더 강한 배경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정리하면, 책은 그 존재만으로도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되지만 역시 그 책의 존재 자체가 학습을 장려하는 분위기나 좋은 수저를 가진 집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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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님이 아이가 책을 좀 읽기를 바라는 부모라면(또는 그런 사람이 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턱대고 이 책이 좋다더라 저 책이 유행이더라 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들이밀 것이 아니라 본인부터가 자연스럽게 독서를 취미로 들이면 된다는 말이다. 교양인이라면 제발 책 좀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