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대한 꿈
섬에 대한 꿈을 꿨다.
동해안 먼 바다에 있는 어느 섬에 있었다. 그 다음 목적지도 섬이었고 그 섬에 가려면 울진인지 영덕인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볼 때 내가 있던 그 가상의 섬은 한반도의 허리께 어딘가쯤 걸쳐 있는 곳이었을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섬이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작은 밭과 다소 엄한 싱크홀이 한적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여행에는 일행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게 정확히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있던 그 섬의 백미는 그 바로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섬의 야경이었다. 파리에 가본 적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그 또 다른 섬의 풍채는 몽생미셸의 그것과 비슷하되 그 기반이 바다의 한가운데 곧게 선 바위섬이라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여튼 마침 석양이 지면서 풍경이 무척 장엄해졌다.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몇 장 찍고 그 자연의 신비를 올곧이 감상했다.
밤이 되었다. 인근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그 또 다른 섬에 불이 들어왔다. 저곳의 밤공기는 어떨까 궁금해서 고개를 들어 바위섬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 핑크색 네온사인 같은 것이 보였다. 무슨 글씨가 써 있는 것 같았다. 어찌어찌하여 망원경을 빌려왔다. 망원경을 눈에 대고 글씨를 읽어보았다.
“헌팅술집”
잠에서 깨고 회사에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빠르게 씻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