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이야기
이 영화는 소를 잡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다큐멘터리 영화다. 일상 생활에서 소고기를 접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판국에 소를 잡는 가족이 무엇이 특별해 다큐멘터리의 대상이 되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를 조금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소를 기르는 것부터 시작해 소를 도축하고 고기를 비롯해 기타 도축의 부산물들을 정리하여 본인들이 운영하는 정육점을 통해 판매하는 모든 일을 총괄해서 하(다가 결국 가면 갈수록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역할이 축소되어 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렇다고 또 맨날 소만 잡는 이야기만 나오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이 영화는 그렇게 대대로 소를 잡아온 가족의 소소한 일대기와 가난하고 수준 낮은 지역이라고 차별을 받아온 지역에서 그 가족이 살아내야 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이야기, 라인형 생산 공장화되는 축산업계에서 조금씩 변화를 모색해나가는 장인(匠人)들의 이야기 등이 한데 어우러진 영화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만큼 시종일관 집중해서 보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구성과 내용이었다 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소의 살과 가죽, 뼈와 내장을 갈라내는 장인들의 손놀림을 보면서 바로 저 일이야말로 장래에 컴퓨터 또는 기계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일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에 나온 대로 현대의 육가공 일은 도살부터 처리까지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보다 라인 형식으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 라인에 존재해야 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일 것이다. 오늘이라도 당장 코딩하는 것을 그만하고 도축하는 법을 배워야 하나 약간 고민을 했다. 아직 30살도 채 되지 않았으니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
영화를 다 보고는 몹시 소고기가 먹고 싶어졌는데 그 시각에 소고기를 먹지는 못했고 합정역과 연희동 근처 이자카야에서 각각 맛있는 고기와 꼬치를 사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