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여행기 11 : 그럼에도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국립고궁박물원
세 번째 날이자 타이페이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체류일이 시작되었다. 지난 날의 삽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박물원까지 가는 길을 열심히 찾아놓았다. 점심 식사를 무슨 일이 있어도 훠궈를 먹기로 정했기 때문에 오찬은 간단하게 해결했다. 채비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다소 이른 아침이었지만 사람이 열어주는 자동문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만큼 친절했다.
박물관까지 가는 교통편이 비교적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이 블로그 포스트를 참고했다. 중산역에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사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는 경로를 선택했다. 오전 10시가 안 되었던 시각이었는데도 전철 창 너머로 보이는 전광판에는 현재 기온을 34도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블로그 포스트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 출구 번호는 2번도 아니었고 왓슨스 매장은 철거 중인 건지 확장 중인 건지 여튼 공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 나라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에 가는 버스가 다니는 버스 정류장인 곳이 보여서 그 곳에서 버스 노선도를 확인했다. 고궁박물원이라는 정류장을 지나는 버스 노선 역시 블로그 포스트 내용과는 조금 달랐는데 같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본인들이 확인하지 않은, 또는 확인할 수 없는 경로로는 이동하지 않는 모양인지 고궁박물원에 가는 버스가 왔는데도 타지를 않았다. 사실 나도 조금 긴가민가하기는 했는데 현지인 친구를 대동한 서양인 하나가 버스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버스는 조금 한산한 시외로 빠지는 듯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정도의 크기를 자랑함에도 대륙에서 털어온 유물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상시 전시하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1/4분기마다 전시 기획을 바꾼다고 한다.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은데 팩트 체크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다. 각종 블로그 포스트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갔던 화요일 오전 10시 무렵에는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해서 웅장함을 자랑하는 건물 바깥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박물원으로 들어갔다. 박물원 내부는 매우 시원했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지만 약 2시간 정도 관람을 한 결과 동행 P와 나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동아시아 나라들 특유의 역사 왜곡이 심히 마음에 거슬렸다. 두 번째로 오디오 가이드도, 사전 조사도 없이 갔던 탓인지 크게 관심이 가는 구역이 없었다. 다르게 말하면 이렇게 캐주얼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에 구미를 확실히 당길 만한 킬러 컨텐츠가 부재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이건 유명한 관광지라면 어딜 가나 피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단체 관광객들에 치이어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야 한다는 점 정도. 하지만 제목에도 써놨듯이 그럼에도 한 번은 가봐야 하는 곳이다. 논지는 이유없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박물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사림역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