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여행기 7 : 타이페이 까르푸의 술은 매우 저렴하니 꼭 사다 먹자
용산사 근처의 화서 야시장을 지나 평범하기 그지 없는 타이페이의 거리를 걷다 보니 목이 말랐다. 타이페이 시내에는 조금만 걷다 보면 편의점이 눈에 띌 만큼 편의점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간식, 음료 등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담백하고 고소해보이는 차 음료를 하나 샀다. 그런데 웬걸 그 담백하고 고소해보이는 차는 굉장히 달달한 편이었다. 0 칼로리라느니 웰빙이라느니 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라면 시장성이 0으로 수렴할 만한 제품이었는데 그래도 꿀꺽꿀꺽 잘도 먹었더랬다.
어느 새 까르푸에 도착했다. 까르푸에서 원래 살 물건은 한국에 가져갈 펑리수와 금문고량주였다. 하지만 여느 쇼핑이 그러하듯 실제로 사게 된 물건은 더 많았다. 호텔 옥상 수영장에서 쓸 메이드 인 타이완 쪼리를 하나 샀고 아마도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해둔 대만 특산품 코너를 둘러보다가 간단하게 밀크티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티백 제품도 하나 샀다. 쪼리는 여전히 잘 신고 다니고 있고 밀크티는 여러가지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대체 어떤 제품을 사야 좋을지 모르겠던 펑리수는 그냥 양 대비 가장 비싼 것을 샀는데 최소한 내 주변에서만큼은 반응이 좋았다. 금문고량주는 역시 맛이 있었다. 술은 언제나 옳다.
쇼핑을 마치고는 같은 건물 4층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샤브샤브 음식점, 간판에 우리말이 적혀 있는 불고기 전문점, 일식 전문점 등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음식점들이 있었고 그 중 그나마 중국, 대만 분위기를 내는 곳으로 들어갔다. 부지불식간에 일본어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일본인 종업원이 친절하게 서빙을 하는 곳이었다. 새우 만두가 들어간 비빔 국수와 소고기 완자와 국물이 곁들여진 국수와, 여행의 식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맥주를 시켰다. 맛있게 먹었다. 굳이 딘타이펑을 가지 않더라도 이 나라에서는 맛 좋은 만두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페이스북을 둘러보는데 타이페이의 까르푸에서는 맥주가 아주 저렴하다는 댓글을 보게 되었다. 굳이 타이페이까지 와서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맥주를 사먹어야 하는지 1초 정도 고민을 하고는 술은 언제나 옳기 때문에 다시 술 매장에 들어갔다 오기로 했다. 맥주의 왕 델리리움 트레멘스와 트라피스트 등을 단돈 4천원에 살 수 있었다. 앞으로 호텔에서 머물 밤이 이틀이나 되긴 했지만 여행에서의 과음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기 때문에 4병만 샀다.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고량주와 맥주와 펑리수와 쪼리의 무게는 적지 않았다. 택시에 올라타 구글 맵스로 리젠트 타이페이를 보여주고 호텔로 향했다. 타이페이에서 처음으로 택시를 타보는 것이었는데 이미 이전 포스트에서도 밝혔지만 여름철의 타이페이에서는 웬만한 거리는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애초에 그렇게 멀리 나온 것이 아니어서 금방 호텔에 도착했다. 맥주를 냉장고에 든든하게 쟁여두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역시 술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