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여행기 5 : 국립 타이완 박물관은 국립고궁박물원이 아니다
이튿날 오전의 계획은 타이페이에 가면 웬만하면 가보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은 국립고궁박물원을 가는 것이었다. 이동 중에 낮의 더위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일어나 호텔 조식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필요한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 호텔 직원이 손수 열어주는 자동문은 오전에도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었다. 구글 맵스를 켜서 박물관의 위치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중산역으로 이동해 처음으로 타이페이의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좌석 구조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런 방식의 지하철은 필라델피아에서 타본 적이 있다.)을 제외하면 딱히 특이한 점이 없는 지하철이다. 역에서 내려 박물관 앞의 공원을 통해 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대만 풍의 정자 같은 건물도 보이고 공원 상태도 나름 깔끔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박물관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앞에 섰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원래 가려고 했고 사람들이 타이페이에 가면 가봐야 한다는 국립고궁박물원과 구글 맵스에서 봤던 국립 타이완 박물관이 서로 다른, 그것도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째 대표적인 관광지치고 관광객들이 굉장히 없었고 멀리서 보더라도 그렇게 많은 유물이 전시될 수 있는 건물 크기도 아니었다. 그마저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많이들 쉬는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개관을 하지도 않았다. 빠르게 계획을 수정했다. 다음 날 오전에 들르기로 했던 까르푸를 그래도 시내 근처에 나온 김에 들르고 그 놈의 국립고궁박물원을 다음 날 오전에 다시 시도하기로. 다행히도 동행 P는 나의 게으름으로 인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실수를 잘 봐주었다. 흑흑.
빠르게 타이페이 시내의 까르푸를 검색했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는 까르푸는 마땅히 가까운 지하철역이 없었다. 여행 눈치를 발휘해 그래도 걸으면서 뭔가 있을 것 같은 용산사역으로 가서 낮의 용산사를 구경하고 동쪽으로 슬슬 걸어 까르푸로 향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NTU 병원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역에서 환승을 해 용산사역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