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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여행기 4 : 야시장? 야시장! 야시장…

확실히 해가 떨어지고 나니 거리에 가득했던 열기는 조금 가라앉은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평범한 여름 밤 날씨처럼 쾌적해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정도는 아니고 딱 열대야 수준의 느낌이었다. 딱히 밤의 타이페이에서 무엇을 할지 정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대만 여행이라는 키워드에서 가장 떠올리기 쉬운 야시장에 들러보기로 했다. 타이페이 야시장이라는 검색어를 구글에 던져주면 이런 저런 훌륭한 정보성 포스트들이 나오지만 모두 호텔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인 중산역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닝샤 야시장이라는 곳을 발견, 그 곳에 들러보기로 했다.

잠시 사족을 달자면, 상당히 많은 수의 타이페이 여행 관련 블로그에, 특히 교통 부분에 있어 빠져 있는 정보가 있다. 타이페이의 남쪽에서부터 도심을 관통하는 송산신점선의 정보다. 추측컨대 개통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여하튼 구글 맵스 같은 서비스에는 송산신점선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으니 가이드나 블로그 포스트의 정보와 적절히 비교하는 것이 좋다. 위에 링크를 건 닝샤 야시장 포스트의 예를 들면, 더 이상 닝샤 야시장의 직진 방향에 있는 출구는 2번 출구가 아니었다.

닝샤 야시장의 입구에 처음 진입했을 때 그야말로 아수라장에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첫 경험이라는 것은 언제나 정신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뜬금없지만 목록 형식으로 기억나는 요소들을 정리해본다.

  1. 아이들이 정말 많다. 일본 만화에서나 보던 채로 금붕어 뜨기나 위에서 구슬을 굴리면 구슬이 좌측 우측으로 떨어지는 종류의 게임기 앞에 수십 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달라붙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대만의 야시장이란 정말 먹을 것만 파는 그런 먹자골목보다는 대만 사람들의 일상적인 나이트 라이프가 그대로 반영된 일종의 문화 공간이라는 느낌.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본 적이 언제였는 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니 확실히 출산율이 낮기는 낮다는 생각이 든다.

  2. 개도 정말 많다. 대만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애견 문화의 전파 수준이 한 단계 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단순히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는 사람을 넘어 말 그대로 개들과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가게 안에서 개가 노다니는 것을 보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고 손님이 개를 데리고 상점으로 들어가는 일도 부지기수, 애견 애묘 용품점도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자주 보였다.

  3. 취두부 냄새는 역시 익숙하지 않다. 야시장이라면 정말 어디서든 취두부를 팔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냄새에 심하게 취약한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다소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은근히 맡다보면 적응이 되는 냄새기도하고(물론 1회에 해당하는 말이다. 다음 날에 다시 야시장에 가면 또 다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 중간 중간에 취두부 냄새 안전지대들이 있기 마련이니 “심하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면 크게 문제없다.

  4. 생각보다 뭘 먹고 즐기기가 쉽지가 않다. 야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은 몇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먼저 딱 봐도 무슨 재료로 어떻게 만든 것인지 알 것 같은 경우 대부분 당신이 예상하는 그 맛이 난다. 대표적인 예가 그냥 닭 튀김 맛이 나는 지파이. 둘째는 간판의 한자나 사진 등으로 대충 이게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겠으나 어떤 조리 방법을 쓰는지, 어떤 향신료나 양념이 들어가는지 잘 모르겠는 경우 대충 냄새나 분위기를 보고 먹으면 그닥 실패가 없다. 대표적인 예로는 게 튀김 정도다. 내가 먹었던 게 튀김은 좀 짰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마지막이 도대체가 재료도 모르겠고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맛인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친구들이 있다. 나도 일행 P도 이쪽 친구들은 거의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 건투를 빈다. 아래에 첨부된 사진 중에 정말 신기하게 생긴 군밤 비슷한 녀석은 그나마 괜찮은 맛이 났다. 맥주 안주로 제격이었다.

슬렁슬렁 둘러보다가 이대로라면 아무 것도 먹지도, 하지도 못할 느낌이 나서 딱 두 가지 음식 정도만 사다가 호텔에서 맥주와 함께 먹기로 했다. 일본어와 한자의 조합으로 겨우 한방 양념이 된 갈비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음식과 정말 이상하게 생겼지만 맛은 있어보였던 (나와 P의 언어로) "악마의 열매"를 샀다. 호텔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그렇게 먹어보고 싶었던 타이완 맥주를 샀다. 방에 들어오니 자정도 이미 넘은 1시 무렵이었다. 사온 음식에 맥주를 곁들여 맛있게 먹고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 길고 길었던 타이페이에서의 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