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여행기 1 :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해보자
퇴사 일정에 맞춰 여행 계획을 짜면서 염두에 두었던 것 중 하나가 남은 복지 포인트를 최대한 탈탈 털어버리는 것이었다. 호텔과 비행기표를 포인트로 결제했음에도 남는 포인트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사내 복지 정책을 샅샅이 살펴보다가 겨우 출구를 하나 발견했다. 얼마 전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했던 SK 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복지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해외를 그리 자주 다니는 편도 아니었지만 그 와중에도 면세점과 크게 인연을 맺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저렴한 향수나 한창 담배를 피던 시절에는 담배 정도만 사봤지 쇼핑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만큼 물건을 사본 적은 없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특수한 상황이 없었더라면 눈으로나 구경을 했지 별다른 일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처럼 면세점에 문외한인 동시에 뉴비인 사람이 인터넷 면세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주제넘은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처음 이용했을 때의 느낌이 썩 좋아 글로 남겨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인터넷 면세점은 미리 물건에 대한 결제를 한 뒤 출국 심사를 마치고 공항 면세점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기가 막힌 틈새 공략 서비스다. 공항에 입점해 있지 않은 면세점들로부터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 공항 면세점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물건도 살 수 있다는 점, 굳이 눈으로 직접 보고 사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출국 일정을 좀 더 여유롭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많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사둬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선글라스와 시계를 미리 결제해두고 워커힐 인도장에서 물건을 찾았다. 훌륭했다.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타이페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