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여행기 8 : 지우펀으로 가는 길


오후의 첫 일정은 호텔 옥상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처음 호텔을 예약할 때 나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호텔 수영장이었고 여러가지 상황과 루프탑 수영장에 대해 고려한 끝에 리젠트 타이페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좀 많은 것을 예상하고 올라갔지만 그렇게 넓지만은 않은 수영장에는 어깨가 떡 벌어진 구조요원과 태닝을 하던 어느 동양계 남성이 전부였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나와 P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 수 없었다. 맑은 하늘 아래서 물장구도 좀 치고 의자에 팔자 좋게 드러누워 담소도 나누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정리를 하고 방으로 내려왔다.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의 일정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저녁에는 지우펀에 가기로 했다. 대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관광지기 때문에 본격 관광 포스트가 아닌 이 글에서는 자세한 이야기는 삼간다. 그저 거의 계획 없이 타이페이에 온 나와 P지만 최소한 지우펀만큼은 가보자는 이야기를 출발 전에 했던 정도로 유명한 곳이고 웬만하면 한 번쯤은 들르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른 블로그에 나와 있는 방법 대로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서울에서 가져온 쿨스카프까지 단단하게 장착했다. 중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 정류장이 있다는 충효증흥역에서 내렸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남아서 그래도 대만에 왔으니 한 번은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망고 빙수를 적당한 곳에서 먹기로 했다. 하지만 백화점 위주의 상권이 형성된 곳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독해력 등의 부족으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꽤나 오래 주변을 걸어다녔는데도 그 흔한 망고 빙수를 하나 발견하지를 못했다. 딱 한 군데에서 망고 빙수 사진을 보기는 했는데 실제로 대접되는 음식을 보지는 않았지만 가격대가 너무 이상하게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굳이 시도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5시쯤에 버스를 탔던 것 같다. 버스는 시내를 통과해 타이페이의 동쪽으로 나가 지우펀이 있는 대만의 동부 지역으로 향했다. 타이페이의 시내를 바라보고 있자니 뉴욕의 외곽지역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날씨와 버스라는 조건에서 오는 근거 없는 기시감이었을 것이다. 버스를 타고 나가는 중에 야시장 팻말을 하나 보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P에게 라오헤 야시장이라는 곳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P는 반갑게도 타이페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시장이라는 이야기를 봤다고 했다. 간단히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영어 스펠링과는 조금 다르게 라오허제 야시장이라는 이름의 야시장이고 언급했던 대로 규모가 큰, 타이페이의 대표적인 야시장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버스 노선도를 확인해보니 돌아오는 길에도 송산역 근처에 정차를 했다. 지우펀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르면 안성맞춤이라는 뜻이었다.

시내에서는 꾸준히 길이 막히더니 고속도로 같은 곳으로 접어들면서는 길이 시원하게 잘 빠졌다. 초행길이라 조금 긴장을 한 탓에 다소 피곤했음에도 잠에 들지 못했는데 아주 잠깐 졸 수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고 주변 풍경은 도시에서 멀어져 한적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었다. 몇 번 사람 사는 동네를 거쳤고 버스는 그 와중에 이런 저런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려는 무렵 드디어 산악지대에 접어들었다. 버스는 놀랍게도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옆에 두고 해안선을 타다가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 멈춰섰다. 나와 P의 옆에 앉아 있던 한국인 관광객 둘의 눈치와 바깥의 관광지적인 분위기를 보고 지우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시간이 조금 안 되게 걸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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