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여행기 0 : 프롤로그


2015년 7월 5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동행인 P와 둘이서 타이페이에 다녀왔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니고 딱히 여행에 취미가 있다고 이야기 할 만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이 일련의 글들을 쓰기 위한 어떤 사전 작업도 없었다. 하지만 뭐라도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무한한 귀찮음을 이겨내고 드디어 감격스러운 첫 포스팅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어떻게든 언젠가는 마무리가 될 것이다. 에필로그를 쓰게 될 날이 1주일 뒤일지 1년 뒤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타이페이를 여행지로 선택하게 된 것에는 나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별 이유 없이 예전부터 대만이라는 나라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7월 초에 아무래도 휴가를 사용해야 할 시기가 오게 되었고 P와 함께 최종 세 군데의 여행지 ㅡ 상하이, 타이페이, 오키나와 ㅡ 를 후보군으로 올려두고 그 중 이런저런 조건이 좋은 타이페이를 선정했다.

SK 패밀리 카드를 사용해 해외 호텔 숙박 1일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호텔만큼은 괜찮은 곳으로 선정했다. 지금이야 꽤나 익숙하지만 그 때만해도 낯설기 그지 없었던 중산역 근처의 리젠트 타이페이에 3박을 예약하고 비행기 표는 웹투어를 통해 중화항공편을 골랐다. 여행 계획은 널널하게 짰다. 여행을 가기 전에 정했던 것이라고는 고궁 박물관에 가는 것, 단수이에 가는 것, 지우펀에 가는 것, 까르푸에 들러 금문주와 펑리수를 사는 것, 야시장에 가는 것 정도였다. 그마저 각각의 일들에 날짜나 순서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전날에는 여행 전야제 느낌으로 P와 함께 소주 3병에 맥주 4잔을 나눠먹었다. 여행 출발날 오전, 약간의 숙취를 안고 짐 정리를 마무리했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P를 데리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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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캬비크로 가기 전에 짐을 조금 덜기 위해 출국(?) 전날 일요일 K의 거처로 향하던 버스 안이었다. 버스가 탑승객이 없는 정류장에 멈췄다가 출발하는가 싶었는데 길을 가던 어떤 사람이 버스를 쫓아 손을 흔들며 차를 세웠다. 뒤이어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버스에 올라탔고 비교적 한산했던 버스의 빈 자리를 찾아 착석했다. 몇 정거장이 지나 버스가 어떤 정류장에 멈췄고 시각장애인은 안내견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말 그대로 심리스한 광경이었다. 시각장애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탑승하여 원하던 정류장에 내리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