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gelis - One More Kiss, Dear


지금 머물고 있는 사당의 오피스텔은 대단히 방음이 잘 되는 곳이다. 주변 이웃이 조용한 덕도 있겠지만 이중창을 닫고 가만히 방 안에 앉아 있으면 현관문을 통해 들어오는 인기척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특히 창을 통한 방음이 놀랍도록 뛰어나다. 가까이서 치는 천둥 소리나 만취한 취객의 고함 정도나 그 견고한 이중창을 뚫을 수 있을 뿐, 웬만한 폭우는 절대 소리로 느낄 수 없다. 맑은 날에는 멀리 서울타워까지 내다보이는 그 창을 통해 뿌연 물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풍경으로 바깥에 비가 많이 오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이런 극단적인 방음은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사거리 인근 14층에 위치한 지금의 회사는 한쪽 면이 통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창문 아래로는 오밀조밀한 대치동의 주택가가 펼쳐져 있어서 대단히 볼 것은 없지만 나름 시야는 탁 트인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넓은 창에 하염없이 부딪는 빗줄기를 여과없이 볼 수 있는데 내 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리는 완벽에 가까울 만큼 배제된다.

출근을 해서 여느 때와 같이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창밖을 내다보며 문득 미래의 인류(만약 존재한다면)는 언젠가 과거에 채집된 소리를 통해 인위적으로 날씨의 느낌을 재현하게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광경이지. 기상 예보 같은 것은 더 이상 없는 기상 계획의 시대. 오늘은 비가 오는 날로 정해져 있고 거대한 스피커에서는 레이니무드 같은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는 빗소리가 시원하게 쏟아져 나온다. 길가에서 아침부터 맥주나 먹고 있는 이 빠진 노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너희가 진짜 빗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 역시 옛날이 좋았지 같은 식상해 빠진 소리나 내뱉는 그런 모습.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더욱 충실히 하는, 스팀펑크 스타일에 최적화된 선곡을 하나 던지고 갑니다. 그리스 음악의 신 반젤리스의 블레이드 러너 삽입곡, 원 모어 키스 디어. 레이니무드를 곁들여 듣는 것을 권해봅니다. 그럼 다음 이 시간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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