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작년 연말은 여러모로 몸이 힘들었던 나날들로 기억이 될 것이다. 고통의 1 번 타자는 12 월 중순 왼쪽 팔꿈치에 받은 거미줄 모양 문신이었다. 그 때까지 내게 문신의 고통이란, 그냥 받는 것 자체가 무척 아프기 때문에 더 아프다고들 하는 곳에 받더라도 체감하는 상대적인 양은 크게 다르지 않을 그런 것이었지만, 팔꿈치에 문신을 받아보고는 더 아프다고들 하는 곳은 확실히 더 아프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신 받는 위치가 관절에 있다보니 여러모로 신경쓰이는 것이 많았다.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는 문신을 받고 한 주가 지나서 다소 충동적으로 뚫은 왼쪽 귀 위의 피어싱이었다. 그간 귓불 근처에만 구멍을 뚫어온 내가 언젠가는 뚫어야 할 곳이라 막연하게 생각해왔는데 그 날 별 이유없이 압구정에 간 김에 하나 으랏차차 뚫었다. 위의 문신의 예와 비슷하게도 그저 다른 새로운 피어싱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피어싱을 받은 12 월 23 일 이후로 고개를 왼쪽으로 뉘인 채 자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자다가 뒤척이면서 그랬을 수는 있지만 그것도 가능성이 좀 적은 것이 조금이라도 피어싱한 부위에 자극이 가면 짜증이 피식 솟는 수준의 고통이 전해져서 잠에서 깨곤 했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을 때, 머리를 말릴 때, 티셔츠나 후디를 입을 때 모두 마찬가지다. 뚫을 당시에 들은 이 고난의 행군 기간은 1 달. 내 수면의 퀄리티가 예전의 그것으로 돌아갈 1 월 23 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무사 1, 2 루 상황에서 클린업 트리오로 타석에 들어선 것이 12 월 마지막 주에 시작한 PT 다. 규칙적인 운동이라는 이직 후 첫 목표를 약 2 달여만에 이뤘다. 2016 년 봄쯤부터 그만하게 된 유도 이후로는 약 1 년 8 개월만의 운동인 만큼 근육통은 극심했다. 불편한 왼쪽 팔꿈치에, 조금만 건드려도 앗씨 짜증이 팍씨 치솟는 왼쪽 귀와 뻐근한 팔다리를 가지고 겨울철에 회사를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려니 과장을 조금 보태 모든 일상생활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왜 나는 사서 내 몸을 이렇게 혹사하고 있는가, 나는 정말로 마조히스트 계열의 사람인가, 많은 의문과 회의가 들었지만 새해에 접어들어 2 주가 지나자 조금씩 불편함과 고통이 가시고 있다. 여전히 왼쪽 얼굴을 기대고는 잠을 잘 수 없고 PT 를 하고 회사에 돌아오면 거친 숨을 몰아쉬지만 잇 쉘 컴 투 패스.

수 차례 PT 를 받은 소감을 짧게 정리하면 돈값을 한다는 것이다. 올 봄까진 전보다는 좀 더 건강한 몸을 만들어 반팔의 계절에 대비해야겠다. 아, 서현역 근처 루다 PT 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도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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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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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초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론, 나는 웬만해서는 TV 가 보이는 자리를 서로 피하려고 하고, 정 피할 수 없을 때는 내가 TV 를 등지는 자리를 선호한다. TV 를 생활 공간, 업무 공간에 두고 있지 않은 나는 아무래도 TV 가 보이면 시선을 빼앗기기 마련인데, 그것을 맘에 들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기 때문이다.

등산

일요일에는 관악산을 다녀왔다. 2016 년, 다니던 회사의 또래 친구들과 다녀온 뒤 처음으로 가는 관악산행이었다. 날씨가 정말 더웠고 사당역에서 올라가는 길이 생각보다 험했음에도 별탈 없이 무사 귀환했다. 약 5 시간 정도 이어진 등산 및 하산 중 느꼈던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향초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향이 없는 사람으로 곧잘 인식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자연스러운 체취든, 별도로 얹은 향이든 내 몸에는 냄새라는 것이 잘 붙어있질 않는다. 향수를 뿌리고 바로 외출해서 만난 사람이 향수를 전혀 느끼지 못할 때도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 사람들의 후각을 탓했지만 비슷한 일화가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향수를 너무 진하게 뿌린 것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종종 있긴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의 후각도 의심하고 있다.)

Le Creuset skillet

그간 사용하던 테팔 팬이 있었다. 이제는 다소 낡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사온 집의 하이라이트(나는 여태까지 이걸 인덕션이라고 불러왔는데 얼마 전에 하이라이트라고 부르는 게 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와는 사이즈가 잘 맞질 않았다. 2 구 하이라이트의 더 큰 구가 너무 벽에 붙어 있어서 기존의 팬을 사용하면 온도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그냥 하나 샀다. 요새 보니까 어딘가에서 엄청난 물량이 병행수입을 하는지 이곳저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는 르쿠르제의 23cm 스킬렛이다. 아직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물건을 딱 봤을 때의 소감은 1. 진짜 무겁다. 이걸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관절 관리를 열심히 하지 않을 경우 곧 손목이 고장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2. 진짜 무거우니까 웬만하면 작은 사이즈를 살 것. 3.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무겁다.

PC함

PC는 기본적으로 불편한 개념이라고 본다. 하지만 PC를 지킬 때 당사자가 느끼는 불편함은 PC를 지키지 않을 때 대상자가 받는 불편함에 비해선 미미할 것이다. 업계 사람들이 그렇게 물고 빠는 피터 티엘이 이야기한 것처럼 PC는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것을 저해하는 "가장 거대한 정치적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다양한 논의를 공정하고 균형감 있게 진행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