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소비: 자기 소개 슬라이드


비극의 시작은 토요일 오전, 전날부터 이어진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학생위원회 신입당원교육의 술자리가 끝나고 사당의 집으로 돌아올 때부터였다. 놀랍게도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럴 때는 순식간에 급격한 분노가 올라오지만 마찬가지로 아주 순식간에 그냥 걸어야지하며 체념의 감정으로 계단을 오르게 된다. 술기운이 조금이라도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 절망은 토요일 오후에 현실이 되고 말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외출을 하려던 나는 아예 엘리베이터의 층 표시등이 꺼져 있는 것을 봤고 조작버튼 근처에 붙어 있는 수리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설상가상인 것은 부품 조달 문제로 이 상태가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잘 나갔다가 밤에 술 잔뜩 먹고 잘 돌아왔다.

오늘은 낮에 약속을 마치고 저녁에 연희동에 가서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식량을 조금 배급을 받아왔다. 합치면 한 4kg은 될 것 같은 백미와 현미를 등에 지고 한 손에는 반찬 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르니 유난히 힘들었다. 아마도 술기운이 부재한 탓도 있겠지만…

그냥 구글에서 쓱쓱 검색해 팩트체크가 안 된 정보긴 하지만 한 층을 오르면 7kcal가 소모된다고 한다. 내 방은 9층에 있다. 계단을 오르는 것과 내려가는 것을 대충 같은 7kcal라고 퉁치면 토요일 오전, 오후, 밤, 일요일 오후, 저녁까지 5번, 주말 사이에 나는 약 315kcal 가량과 무릎 연골의 일부를 소비했다. 소비의 대가는 역시 백미와 현미, 반찬 몇 가지와 집에 도착해서 내뱉은 한숨 한 번 정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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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코 마리아는 그 무시무시한 가격대와는 사뭇 안 어울리는 느낌으로, 두 명의 일본 축구선수 출신의 디렉터가 만든 브랜드다. 사실 이 브랜드에 대해 아는 것은 이 정도밖에 없고 상의 뒷판에 달린 특유의 예쁜 자수를 좋아했다. 여태까지는 그냥 좋아만 했다. 왜냐면 가격이 비싸거나 가격이 전혀 안 싸거나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는 일본에서 직접 구매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카드를 긁기 전에 한 번은 멈칫하게 되는 그런 브랜드. 와코 마리아는 내게 그런 브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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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뉴욕에 있는 친구 Y에게 메시지가 왔다. 꼭 이 공연을 가달라는 메시지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니 NPR발 영상으로 한껏 화제가 되었던 씽씽이 라인업에 있었다. 출근길에 모바일로도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출근해서 하는 모든 잡일은 다 돈 받으면서 하는 거라는 노예 근성을 발휘, 회사에서 결제를 마무리지었다. 나는 이 때까지만 해도 이 공연이 이미 예전에 매진이 되어 있었고 취소표가 풀릴 때만 예매를 할 수 있으며 그 취소표가 나오는 빈도가 가뭄에 콩 나듯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내가 엄청나게 우연한 기회를 잡았다는 것을 알았고 후훗 역시 나는 ⓛⓤⓒⓚⓨ한 시티보이지。。☆라고 자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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