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자, 여기 내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의 무척 좋은 글이 있다. 전반적으로 군더더기가 없고 식자 행세를 하려고 들지도 않으며 중요한 메시지를 쉽고 간결한 문체를 통해 전달하는 글이다. 총론에 대해서도 두루두루 공감하는 바지만 내게 특별히 크게 와닿았던 각론은 이것이다.

“사람들의 암묵적인 비난이나 놀라움을 몰라서 문신을 드러내고 다녔다면 거짓말이다. 일부러 타투가 보이는 옷을 입고 다니는 이유가 있다. 50% 정도는 나의 속물적인 과시욕, 30%는 계절상의 이유, 나머지 20%는 사람들이 가진 편견에 반항하고 ‘한국에도 이런 사람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나의 유일한 정치적인 문화활’똥’으로서 말이다.”

내가 아직까지는 반팔을 입으면 시원시원하게 드러나는 팔에만 타투를 하고 다닌 이유(+ 남들보다 비교적 빨리 반팔을 입기 시작해서 늦게 반팔을 안 입는 이유)의 절반 정도는 속물적인 과시욕, 나머지 절반 중 또 절반 정도는 평균적으로 남보다 더 잘 더워하는 나의 체질, 그리고 나머지 이유는 ‘이런 사람 있음’의 표현이다.

물론 나의 ‘이런 사람 있음’은 글쓴이가 말하는 그것보다 훨씬 메시지가 약하다. 나의 아이로 추정되는 아이와 같이 다니는 일도 없고 슥 보면 그다지 눈에 띄는 스타일도 아니며 결정적으로 난 핸국 냄져 따위이기 때문이다. 내 소극적인 ‘이런 사람 있음’에의 표현은 결국 내가 최소한의 자기 어필을 했을 때나 약간의 의미를 띄게 되는데 비로소 그 때에서야 (많은 경우) 나는 의외로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의외로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의외로 그럴싸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기 때문이다. (반복된 “때문이다”가 신경 쓰이지만 고민을 해도 더 좋은 흐름을 찾지 못했다.)

20 살이 되면서부터 나는 일상적인 범위에서 아주 얕은 정도일지라도 내가 속한 집단에게 부여된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나아가 내게 붙은 여러 딱지를 통해 사회에서 통용되는 편견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이제 얼추 10 년이 되었는데 당연하게도 그간 제대로 한 일은 하나도 없다. 아버지의 ‘그런 거 다 좋은데 그걸 왜 네가 해야 하냐?’는 질문은 지난 10 년이 저런 거창한 편견 깨기 같은 건 개나 주고 내 하고 싶은 대로 살아 왔다는 것의 방증일 것이다. 뜨끔.

하지만 상황을 조금 긍정적으로 보자면 결국 내 맘대로 하는 것과 편견에 반항하는 것은, 내 맘이라는 것이 적당히 올바른 방향이라는 전제 하에, 나름 일맥상통하는 맥락을 가진다. 절반 정도는 속물적인 과시욕이 투영된 그 오랜 “문화활똥”의 일환으로 제비를 한 마리 입양했다. 가격은 비밀이고 고통은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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