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치 아웃 스와치


2월에 싸고 심플한 디자인의 스와치 시계를 하나 샀다. 싸고 심플하기 때문에 참 잘 차고 다녔다. 어느 날 술을 먹고 들어와서 코 자고 일어났는데 버클이 부러져 있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AS는 매장에서 가능하며 버클은 7천원에 교체가 되고 시계는 공장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가로수길에 있는 스와치 매장을 갔다. 시계를 보여주며 버클 수리를 맡기러 왔다고 했다. 시계가 공장에 다녀오려면 3~4주가 걸린다고 했다. 역시 작고도 거대한 나라 대~한민국을 마음 속으로 외치며 어째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내게 직원 왈, 지금 시계줄 상태가 코팅도 다 벗겨지고 안 좋다면서 시계줄 자체를 사면 즉시 교체가 가능하단다. 가격을 물어보니 3만원이란다. 면세점에서 산 이 시계의 가격은 5만 얼마였다. 버클만 갈면 7천원에 3~4주를 기다려야 했고 시계줄을 갈면 약 5-6개월 사이에 코팅이 다 벗겨져버리는 소모품에 본체 가격의 60% 정도를 지불해야 했다. 똥맛 카레를 먹냐 카레맛 똥을 먹냐의 기로에서 그냥 아무 것도 하지말까 고민하다가 이 시계에 대한 마지막 투자 개념으로 시계줄을 바꾸기로 했다. 일개 소비자(=나)는 왜 버클 같이 간단한 플라스틱 부품이 플래그십 매장에 없는지, 왜 선택지는 똥맛 카레와 카레맛 똥 수준에 머무는지 여러 의심이 들었지만 여러분 나의 아름다운 3만원짜리 쌔삥 실리콘 시계줄을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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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고딩 예비 한남충들의 최고 인기 스포츠는 뭐니뭐니해도 유럽 축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분위기를 그대로 타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세대, 텍스트의 CM이 2D 그래픽의 FM으로 진화한 그야말로 개벽의 시대를 연 세대, 플스방이 전성기를 맞이하여 위닝이 스타와 쌍벽을 이루는 친목게임 양강구도의 희생양이 된 세대 등은 내 또래 문화를 설명하기에 손색이 없는 말들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며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덕후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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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중반을 지나며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닌 나라는 사람 자체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살 공간에 절대로 두지 않을 것으로 십자가와 동물을 꼽을 정도로 극단적인 태도를 취했던 나는 이제 매일 말도 안 되게 소중하거나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각종 생명체들의 영상과 사진을 보며 벅찬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지극히 원리주의적인 환원론자로서 넓은 의미의 생태계, 좁은 의미로는 주변의 일상을 구성하는 여러 생명체의 존재를 분석 가능한 대상 그 이상으로는 이해하지 않던(하지만 소위 파블로프로 대변되는 행동주의로 빠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는 그 존재 자체를 하나의 목적으로 두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 전부에 나의 감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 혹자는 그런 마음을 사람한테 투자해보라는 핀잔을 주지만 후... 아직 그러기에 나의 인류애는 형편없이 부족하다. 나의 부족한 공감 능력이 이런 사회에 영향을 준 결과인지 이 공감 능력이 이 망한 사회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말이다.

아무도 읽을 필요 없는 최근 코딩 근황

하지만 부족한 점은 여전히 많다. API의 측면에서는 사실상 운영&관리 경험이 전무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스케일러빌리티 이슈나 배포 등에 있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함을 절실히 느꼈다. 같은 프로덕트의 여러 플레이버flavor 를 하나의 코드 베이스로 관리를 해나가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짧은 나의 코딩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결국 절실히 필요해지면 다 익혀왔으니 조금 더 이런 어려움의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내용들이라는 희망은 잃지 않는다.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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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어패럴이 힙한 브랜드의 절정을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명동 한복판에서 약간 골목길로 들어가는 곳에 2층짜리 매장을 두고 티셔츠를 색상별로 전부 다 사버리고 싶게 하는 그런 마약 같은 분위기를 뿜어내던 때였다. 아메리칸 어패럴의 가방과 티셔츠, 지퍼가 달린 후디와 지퍼가 달리지 않은 후디, 데님 셔츠까지 내가 소화할 만한 정도의 아이템은 이것저것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AA의 호시절에 대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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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장에도 쓰고 그렸던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그래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그럭저럭 잘 따라나서던 초등학교 저학년쯤까지는 진관사라는 사찰 근처의 계곡에 여름마다 놀러갔던 것 같다. 흐린 기억을 열심히 반추해보면 꽤나 조용하고 한적하게 일상적인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기 좋았던 곳이다. 그 시절에는 부모님의 빨간 르망을 타고 오갔을 그 곳을 찾아보니 은평구의 북쪽 끝자락에 있더라. 계곡 사진을 찾아보고 있으니 괜히 기분이 묘하다. 물에서 노는 것을 퍽 좋아하던 꼬마 이한결은 어떤 사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