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소비: 검정치마


이 주는 유난히 이런저런 소비를 많이 했더랬다. 일본에 다녀온 N에게 면세 셔틀을 시켜서 클린의 샤워 프레시 향수를 겟하기도 했고(향은 무척 만족스럽다.) 형수의 생일을 맞아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선물로 준비하기도 했고(형수는 만족스러워했다.) 우연히 송명섭이 직접 빚은 생막걸리라는 인생의 막걸리를 찾게 되었고(맛은 무척 만족스럽다.) 즐거운 사람들과 좋은 술자리를 여럿 가지기도 했다.(숙취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무엇 하나 이 주의 소비로서 빠지는 것이 없는 것이지만 역시 검정치마의 단독 공연에 대한 코멘트없이 지나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 그에 대해 조금 끄적여보기로 했다.

나는 검정치마의 오랜 치마다. (이는 명백한 오타지만 아무 생각없이 써놓고 좀 웃긴 표현이 되었으니 그냥 내버려두고 다시 시작한다.) 나는 검정치마의 오랜 팬이다. 1집도 열심히 들었고(전자과밴드에서 강아지를 선곡에서 강하게 밀어 공연까지 올렸다. 아방가르드 킴을 공연하지 못한 것은 아직까지도 아쉬운 점 중 하나.) 2집도 무척 빨아제꼈으며(네이버 뮤직에 글을 보내던 시절 아마도 혼자서 10점을 줬더랬다.) 2집 이후 미적미적하게 활동을 하던 시절에도 싱글이 나오자마자 유튜브 알림을 통해 즉석에서 뮤비를 감상하곤 했다. 약간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은 없잖아 있었지만 3집도 마찬가지였다. 투어 소식이 뜨자마자 티켓팅을 준비했고 무난하게 7월 21일 공연 티켓을 끊었다. 가격은 1인에 66,000원이었다.

음악을 듣는 것에 있어 가사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내가 아마도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가사들은 조휴일이 써내려간 문구들일 것이다. 공연을 보면서 아직도 내가 1집 앨범의 적잖은 노래들의 가사를 외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혹자는 머리가 좋으니 당연히 그런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겠지만, 아무도 안 그러니까 그만해? 응. 농담이고 원래 진짜 가사 기억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조휴일 본인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검정치마의 사랑 노래에 큰 하나의 맥락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계에 있어서 절대 적극적인 역할을 자처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정해 일정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거나 그런 구조 및 방식을 상대에게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관계의 영속성에 대해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치며 오히려 그런 진부한 모습에 시종일관 냉소적이고 빈정대는 투로 대처한다. 연애라는 것은 그렇게 대단할 것도 진지할 것도 없으며 마음에 들면 드는 대로, 아니면 그냥 아닌 대로 하는 것이다. 빠지기도 쉽지만 돌아서는 것도 쉽다.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연애관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많다. 내가 조휴일의 가사를 그리 많이 외우고 있는 것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고 그저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치열이 좋지 않은 어떤 발라드 가수는 이런 태도를 두고 쿨몽둥이로 때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 멍텅구리 양반이 어찌 붕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쏘냐. 연애가 껍데기라면 본질은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론은 쿨할지라도 각론의 현실은 눈물과 갈등, 고뇌와 쓰라림의 연속이다. 분홍색이 다른 입술로 번질 때는 씨발 나 어떻게 할지 모를 일이고 꿈에서라도 볼 수 있으면 온종일 잠을 잘 것이며 일렁이며 손짓하는 불꽃으로 돌아갈 생각없이 뛰어드는 것이다. 그렇게 현재에 충실하게 열심히 살다 보면 나도 조휴일처럼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잘 살 수 있지 않을까는 아니,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조휴일과 함께 한 휴일은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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