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소비: 로또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처음으로 로또를 구매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초가을의 문턱에 놀러간 제주도에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운명적인 기운이 드는 한 로또방을 마주했고 그 길로 5000원을 소비했다. 토요일 저녁이 지나면 어차피(또는 매우 높은 확률로) 스러져갈 것이긴 하지만 잠시나마 일말의 기대감과 헛된 희망을 안고 살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인의 초라한 위치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 비용의 유희는 즐길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창한 말을 차치하고, 나의 운명의 데스티니로 느껴졌던 그 첫 로또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당연히 꽝이었다.

그 뒤로는 종종 로또를 샀던 것 같다. 2015년 SK 플래닛을 다니던 시절에는 팀내의 로또계라는 것을 만들어서 소액이지만 꽤나 정기적으로 로또를 사기도 했다. 물론 독립 시행의 확률이라는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확률적으로 본다면 로또를 무한정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당첨액수는 0원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 샀으니 한 번 정도는 5000원이라도 당첨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분노 섞인 허탈함이 나를 감싸고 돌았다. 그렇게 2017년이 되었다. 대충 예상하건대 그간 내가 로또에 쓴 돈은 한 7~8만원 정도가 될 것이다.

7월 1일 토요일, 오전에 강남역에서 스터디를 마치고 사당으로 귀가하던 중 다시금 로또의 느낌이 왔다. 놀랍게도 그 로또는 내게 인생 첫 복권 당첨 경험을 안겨주었고 지난 월요일 나는 당첨된 5000원으로 다시 로또 5개를 긁었다. 그리고 그 인생 첫 당첨 경험의 결과는 내게 레몬을 줬고 나는 여전히 슬픈 짐승이며 스마트 혈액검사기기를 만드는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BBB에서 서버 및 웹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데 BBB에서 헬스케어 콘텐츠 마케터, 온라인 커머스 MD, 웹/모바일 서비스 기획자,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뽑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왜 서버 및 웹 개발자는 뽑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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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곡동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고딩 예비 한남충들의 최고 인기 스포츠는 뭐니뭐니해도 유럽 축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분위기를 그대로 타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세대, 텍스트의 CM이 2D 그래픽의 FM으로 진화한 그야말로 개벽의 시대를 연 세대, 플스방이 전성기를 맞이하여 위닝이 스타와 쌍벽을 이루는 친목게임 양강구도의 희생양이 된 세대 등은 내 또래 문화를 설명하기에 손색이 없는 말들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며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덕후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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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중반을 지나며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닌 나라는 사람 자체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살 공간에 절대로 두지 않을 것으로 십자가와 동물을 꼽을 정도로 극단적인 태도를 취했던 나는 이제 매일 말도 안 되게 소중하거나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각종 생명체들의 영상과 사진을 보며 벅찬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지극히 원리주의적인 환원론자로서 넓은 의미의 생태계, 좁은 의미로는 주변의 일상을 구성하는 여러 생명체의 존재를 분석 가능한 대상 그 이상으로는 이해하지 않던(하지만 소위 파블로프로 대변되는 행동주의로 빠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는 그 존재 자체를 하나의 목적으로 두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 전부에 나의 감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 혹자는 그런 마음을 사람한테 투자해보라는 핀잔을 주지만 후... 아직 그러기에 나의 인류애는 형편없이 부족하다. 나의 부족한 공감 능력이 이런 사회에 영향을 준 결과인지 이 공감 능력이 이 망한 사회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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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족한 점은 여전히 많다. API의 측면에서는 사실상 운영&관리 경험이 전무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스케일러빌리티 이슈나 배포 등에 있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함을 절실히 느꼈다. 같은 프로덕트의 여러 플레이버flavor 를 하나의 코드 베이스로 관리를 해나가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짧은 나의 코딩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결국 절실히 필요해지면 다 익혀왔으니 조금 더 이런 어려움의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내용들이라는 희망은 잃지 않는다.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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