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소비: 판도라 팔찌


6월 26일은 최근 나의 포스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최애캐 H의 생일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혼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마친 뒤 아무도 모르게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맞았지만 소중한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을 고르는 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겠나. 지지난 목요일에 H를 소개해준 S와 강남역 인근에서 비밀 회합을 가지고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여건을 바탕으로 자기 돈 주고 사기는 아깝지만 갖고 싶으면서 실제 쓰임새에 맞게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된 선물의 조건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따라서 내가 생각한 선물의 후보로는 다이슨 헤어드라이어(이것은 H가 몇 번이나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으므로 최우선순위에 있었다.), 전자레인지나 밥솥(이사를 한 지 얼마 안 된 H의 집에 없는 것들로 밥솥은 그렇다쳐도 혼자 사는 집에 전자레인지도 없으면 사는 것이 무척 불편하다.), 발뮤다 토스터나 선풍기(얘네는 그냥 외관이 예쁘니까…) 등등이었다. 나름 나쁘지 않은 목록이라고 생각했지만 S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S에게 선물이라는 것은,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해서 애인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은, 회사에 들고 가서 사용할 만한(또는 동료들에게 보일 만한) 무언가여야 한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온 목록도 흠잡을 곳은 없지만 바로 저 화룡점정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다고 해서 모두 빠꾸를 먹었다. S가 제시한 선물의 종류로는 팔찌, 구두, 가방, 애플 워치나 패드 등등. 뭔가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는 S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물에 대한 생각을 굳혔다. 소주도 냠냠 먹었고.

그렇게 해서 고른 선물은 판도라 팔찌로 신세계 강남점 1층 매장에서 주문제작했다. 같이 팔찌를 고르러 가게 된 계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그걸 찾아다 주는 날의 고난 등도 글로 풀어내자면 한 보따리가 나오겠지만 중요한 것은 H가 생각보다 선물을 무척 맘에 들어 했고 오늘(6월 26일)이 H의 3X번째 생일이며 당연히 내가 그것을 무척 축하하고 여기에 못한 이야기는 이따가 카드에 써서 주겠다는 것이다. 오늘 피곤할 텐데 좋은 하루 보내고 이따 저녁에 봐요.

PS: 이례적으로 가격은 공개하지 않겠는데 브랜드의 특성상 완성된 형태의 기성품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선물이기도 하니 양해를 바란다. 검색해보면 대충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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