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는 신발은 얼마에 만들어지는가


맨날 원가 타령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도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었나보다. 원문의 스크롤이 상당히 길어보이고 영어라서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냥 깔끔하게 정리된 인포그래픽만 쓱쓱 훑어봐도 줄거리는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읽어보면 더 재밌는 내용이 많기도 하고. 여튼 그것마저 보기 귀찮아하는 님들을 위해 정리.

  •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략 95%의 정확도로 생산원가를 추정해봤을 때 소매가 $350에 팔리는 이지 부스트 750은 단돈 $76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범인(凡人)은 “ㅅㅂ 350 빼기 76… (암산에 조금 시간을 쓰다가 퉁 치고는) 거의 신발 하나 팔아먹으면서 300달러를 해쳐먹냐 도둑놈새끼들!”이라는 반응을 보이는데 이 말은 “니 연봉 4천이면 5년 모아서 2억 만들 수 있겠네!” 정도의 헛소리.

  • 내가 좋아하는 아디다스로 예를 들면, 소매가 $100의 신발을 판다고 했을 때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50: 소매 마진, $21: 생산단가, $5: 운송, 보험, 무역관련 세금, $8: 마케팅, $13: 기타 지출, $1: 기타 세금, $2: 아디다스의 마진. 님이 $100에 사는 신발 하나 팔면 아디다스는 2% 순수익을 올린다. 구성비는 브랜드마다 조금 다르지만 대동소이하다.

이 결론에 뒤따르는 범인들의 FAQ를 짧게 정리해본다.

Q: 소매 마진이 50%면 소매상들이 떼돈을 버는 거냐?

A: 온갖 운영비와 세금, 할인과 프로모션 등을 합치면 얘네도 쪼들리긴 마찬가지다.

Q: 브랜드가 직영점을 운영하면 떼돈 버는 거 아니냐?

A: 미국에서는 브랜드 직영점 비율이 무척 적은데다가 베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로로 따져봐도 10%의 추가 이익이 있는 정도다.

Q: 염가판매(bargain retailer)하는 곳은 그럼 뭘로 먹고 사냐?

A: (이건 솔직히 좀 당연한 이야기이긴한데) 매장의 지리적 위치, 크기, 직원의 수, 내부 인테리어 비용 등 여러 운영비를 아끼고 아낀 결과물. 흥미로운 것은 대표적인 염가판매 몰인 T.J.Maxx의 브랜드 본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것이다. 비용을 쥐어짜낼 수 있는 구석을 모조리 쪽쪽 짜내는 것이 기술이요 돈이라는 말.

Q: 운동 선수나 셀렙들에게 퍼주는 돈 아끼면 되는 거 아니냐?

A: 다시 예의 소매가 $100짜리 신발로 돌아가면, 프로 팀, 선수, 셀렙, 온갖 것들을 다 합쳐도 한 켤레당 $1.5만큼이 그들에게 돌아간다고.

끝으로 나는 업계인도 아니고 패션, 유통, 생산에 아는 바도 없으며 미국의 신발 도소매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지, 내가 대충 번역한 용어가 맞는 용어인지 실제로 사용되는 용어인지 아닌지 아는 것이 1도 없는 사람임을 밝힌다. 그니까 내 포스트에 잘못된 게 있으면 미안하긴 하지만 그 이상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Related Posts

이 주의 소비: 와코 마리아 자켓

와코 마리아는 그 무시무시한 가격대와는 사뭇 안 어울리는 느낌으로, 두 명의 일본 축구선수 출신의 디렉터가 만든 브랜드다. 사실 이 브랜드에 대해 아는 것은 이 정도밖에 없고 상의 뒷판에 달린 특유의 예쁜 자수를 좋아했다. 여태까지는 그냥 좋아만 했다. 왜냐면 가격이 비싸거나 가격이 전혀 안 싸거나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는 일본에서 직접 구매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카드를 긁기 전에 한 번은 멈칫하게 되는 그런 브랜드. 와코 마리아는 내게 그런 브랜드였다.

이 주의 소비: 브레이킹 배드 시즌1

이직 후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시간을 채울 일이 필요했다. 지하철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라고 알던 시절에는 사당에서 선릉으로 이어지는 지옥의 2호선 구간 탓에 뭘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1500-2번 버스가 지하철보다 더 빠르고 쾌적하다는 것을 알고난 뒤 그 시간에 넷플릭스를 보기로 했다. 드라마라고는 거의 보지 않던 내가 지독히도 좋아하는 데이빗 핀처의 마인드헌터를 볼까 하다가, 별 이유없이, 불후의 명작이라 칭송 받는 브레이킹 배드를 나의 첫 넷플릭스 소비작으로 정했다. 지난 1주일 동안 출퇴근 시간, 회사에서 아침 먹는 시간, 점심을 먹지 않을 때 남는 시간 등을 알차게 활용하여 시즌1을 정주행했다. 역시는 역시 역시인 법인지라 굳이 나의 조악한 언어로 작품의 훌륭함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몰입해서 감상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작품에는 화학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화학... 화학...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니 10년이 조금 넘은 과거의 언젠가가 떠올랐다.

이 주의 소비: 노선택과 소울소스 & 김율희 x 씽씽 조인트 콘서트

어느 날 뉴욕에 있는 친구 Y에게 메시지가 왔다. 꼭 이 공연을 가달라는 메시지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니 NPR발 영상으로 한껏 화제가 되었던 씽씽이 라인업에 있었다. 출근길에 모바일로도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출근해서 하는 모든 잡일은 다 돈 받으면서 하는 거라는 노예 근성을 발휘, 회사에서 결제를 마무리지었다. 나는 이 때까지만 해도 이 공연이 이미 예전에 매진이 되어 있었고 취소표가 풀릴 때만 예매를 할 수 있으며 그 취소표가 나오는 빈도가 가뭄에 콩 나듯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내가 엄청나게 우연한 기회를 잡았다는 것을 알았고 후훗 역시 나는 ⓛⓤⓒⓚⓨ한 시티보이지。。☆라고 자뻑에 빠졌다.

이 주의 소비: 다이슨 슈퍼소닉

올해도 어김없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왔다. 매출액으로는 이미 중국의 광군제에 밀렸고 과거 해외 토픽 코너에서나 볼 법한 대규모의 텐트진과 개점과 함께 아수라장이 되는 오프라인 매장의 광경을 찾아보긴 어려워졌지만 어쨌든 평소보다 꿀딜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은 여전하다.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11월 뉴욕 여행으로 어려운 재정을 이어나감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마샬 액톤 앰프를 하나 샀다. 물론 그 대금은 지난 12개월의 이한결이 나눠서 냈지만 말이다.

이 주의 소비: 아디다스 스페지알 리버서블 자켓

살다 보니 패션이랑은 영 거리가 있는 사람 주제에 패션과 관련된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제법 알게 되었다. 바이어, MD,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디자이너 등 분야도 꽤 다양해서 귀동냥으로 전해듣는 소식과 지식이 적지 않다. 여러 사람과 그들로부터 들리는 여러 소식 중 뭐니뭐니해도 제일인 것은 G백화점의 L이 전해주는 세일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