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여권(女權) 신장


The Atlantic의 《How the Bicycle Paved the Way for Women’s Rights》를 바탕으로 쓴 글. 나의 썰타임 칼럼 데뷔작으로 최근 들어 생긴 나의 자전거 관심이 동기 부여에 한 몫 했다고 본다.

자전거와 여권(女權) 신장

생각해보면, 4대강 사업의 영향 때문인지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취미로 갖는 사람들의 수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느낌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조금 찝찝해서 관련 통계를 검색해보니 서울시의 경우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자전거 수단분담율이 4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맞다. 내가 말하는 “지난 몇 년간”의 자료는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니까 재미없는 서두는 이만 줄이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우리나라에선 자전거가 어느 시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1890년대 근처, 자전거라는 탈 것이 그야말로 신기술이던 시절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기술의 발전은 그렇게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고 그 일시적 유행은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문화를 형성했다. 자전거를 같이 타는 사람들의 모임도 생기고 그들끼리 경쟁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가기도 했으며 트릭이나 묘기 또한 개발되었다. 그리고 이 자전거 유행은 미국의 여권(女權) 신장에의 길을 텄다.

글쓴이는 1890년대의 자전거 유행에 대한 기사를 참고한다. 아래는 1895년 The San Francisco Call에 실린 기사의 발번역본이다.

사실 지금 저기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숙녀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기분 전환 삼아 공원에 가는 것일 수도 있고, 머리핀을 사러 가는 길일 수도 있고, 마을 건너편에 사는 친구에게 병문안을 가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가재도구나 주근깨를 없애는 비결에 대한 조언을 받으러 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어떤 이유인지는 상관없다. 다만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은 이 수많은 여자들이 탄 자전거의 종착지가 어디냐는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그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이 흔들거리고 낡은 세상을 일깨우는 그런 원대한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자전거의 유행은 단순히 새로운 탈 것, 새로운 취미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자전거는 거대한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는 여성은 그 자체만으로 신선한 존재”, “남성과 동등해질 수 있는 더 큰 자유로의 (자전거) 타기”, “의상 철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여성 자신만의 고유한 취미” 등의 문구가 신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위 문단에도 등장하긴 했지만, 자전거의 유행이 불러온 큰 변화 중 하나가 개방적인 여성 의상이었다. 자전거의 영향으로 당시의 여성 패션은 구속적이고 수수하기만 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에서 벗어나 발목을 노출하는(최소한 속바지라도) 새로운 패션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었다. 비록 다소의 여성 비하적인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The New York Sun은 1897년 5월 에디션에서 상세한 일러스트, 보그체스러운 설명과 함께 전국 도시별로 자전거를 타는 여자들의 옷차림을 특집 기사로 싣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유행을 낳고, 새로운 유행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새로운 문화는 새로운 사회를 형성한다.

Related Posts

이 주의 소비: 와코 마리아 자켓

와코 마리아는 그 무시무시한 가격대와는 사뭇 안 어울리는 느낌으로, 두 명의 일본 축구선수 출신의 디렉터가 만든 브랜드다. 사실 이 브랜드에 대해 아는 것은 이 정도밖에 없고 상의 뒷판에 달린 특유의 예쁜 자수를 좋아했다. 여태까지는 그냥 좋아만 했다. 왜냐면 가격이 비싸거나 가격이 전혀 안 싸거나 가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는 일본에서 직접 구매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카드를 긁기 전에 한 번은 멈칫하게 되는 그런 브랜드. 와코 마리아는 내게 그런 브랜드였다.

이 주의 소비: 브레이킹 배드 시즌1

이직 후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시간을 채울 일이 필요했다. 지하철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라고 알던 시절에는 사당에서 선릉으로 이어지는 지옥의 2호선 구간 탓에 뭘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1500-2번 버스가 지하철보다 더 빠르고 쾌적하다는 것을 알고난 뒤 그 시간에 넷플릭스를 보기로 했다. 드라마라고는 거의 보지 않던 내가 지독히도 좋아하는 데이빗 핀처의 마인드헌터를 볼까 하다가, 별 이유없이, 불후의 명작이라 칭송 받는 브레이킹 배드를 나의 첫 넷플릭스 소비작으로 정했다. 지난 1주일 동안 출퇴근 시간, 회사에서 아침 먹는 시간, 점심을 먹지 않을 때 남는 시간 등을 알차게 활용하여 시즌1을 정주행했다. 역시는 역시 역시인 법인지라 굳이 나의 조악한 언어로 작품의 훌륭함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몰입해서 감상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작품에는 화학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화학... 화학...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니 10년이 조금 넘은 과거의 언젠가가 떠올랐다.

이 주의 소비: 노선택과 소울소스 & 김율희 x 씽씽 조인트 콘서트

어느 날 뉴욕에 있는 친구 Y에게 메시지가 왔다. 꼭 이 공연을 가달라는 메시지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니 NPR발 영상으로 한껏 화제가 되었던 씽씽이 라인업에 있었다. 출근길에 모바일로도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출근해서 하는 모든 잡일은 다 돈 받으면서 하는 거라는 노예 근성을 발휘, 회사에서 결제를 마무리지었다. 나는 이 때까지만 해도 이 공연이 이미 예전에 매진이 되어 있었고 취소표가 풀릴 때만 예매를 할 수 있으며 그 취소표가 나오는 빈도가 가뭄에 콩 나듯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내가 엄청나게 우연한 기회를 잡았다는 것을 알았고 후훗 역시 나는 ⓛⓤⓒⓚⓨ한 시티보이지。。☆라고 자뻑에 빠졌다.

이 주의 소비: 다이슨 슈퍼소닉

올해도 어김없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왔다. 매출액으로는 이미 중국의 광군제에 밀렸고 과거 해외 토픽 코너에서나 볼 법한 대규모의 텐트진과 개점과 함께 아수라장이 되는 오프라인 매장의 광경을 찾아보긴 어려워졌지만 어쨌든 평소보다 꿀딜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은 여전하다.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11월 뉴욕 여행으로 어려운 재정을 이어나감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마샬 액톤 앰프를 하나 샀다. 물론 그 대금은 지난 12개월의 이한결이 나눠서 냈지만 말이다.

이 주의 소비: 아디다스 스페지알 리버서블 자켓

살다 보니 패션이랑은 영 거리가 있는 사람 주제에 패션과 관련된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제법 알게 되었다. 바이어, MD,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디자이너 등 분야도 꽤 다양해서 귀동냥으로 전해듣는 소식과 지식이 적지 않다. 여러 사람과 그들로부터 들리는 여러 소식 중 뭐니뭐니해도 제일인 것은 G백화점의 L이 전해주는 세일 소식이다.